[Interview] 숏폼 기획사 윗유 차재승 대표·차민승 COO | 15초 영상으로 매출 377억…“팬덤 가치 이해해야 숏폼 장수한다”
2018년 당시 25세였던 차재승(30)씨는 부산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다짜고짜 서울로 올라왔다. ‘길거리 인터뷰’ 콘텐츠로 유튜버에 도전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우연히 ‘틱톡’이란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에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영상을 올렸더니 대박이 났다. 엄마가 여자 친구 생기면 알려달라 해서 사실대로 말했더니 ‘이 성적에 연애할 생각이 나냐, 용돈 없다’며 화를 내는 식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8월 틱톡이 주최하는 파티에 10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모인 서울랜드 행사에 참여했던 것은 창업의 시발점이 됐다. 더 많은 팔로어를 모으기 위해 눈에 띄고 싶어 개구리 분장을 하고 갔던 것이 주최 측 운영자 눈에 들 정도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틱톡 크리에이터를 모아 사업을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차씨는 다음 달인 2019년 9월 형인 차민승(33)씨와 손잡고 숏폼 기획사 ‘윗유’를 공동 창업했다. 꼭 한 달 만이었다. 동생이 대표(CEO)를, 형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잘 안되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시작할 땐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다. 올해 자퇴했다.”
윗유는 숏폼에서 활용되는 15~30초 정도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낸다. 틱톡에서 시작된 숏폼 열풍은 현재 메타(인스타그램 릴스), 구글(유튜브 쇼츠)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창업 이듬해부터 돈을 벌기 시작한 윗유는 2021년 162억원, 2022년 377억원(윗유·윗유하우스 합산)의 매출을 올리는 등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후발 주자들이 줄줄이 나왔지만, 매출 기준으론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5명에서 시작한 소속 크리에이터도 50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 2~3명은 연 최고 2억5000만원 정도를 벌 정도로 자리 잡았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다른 성적표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윗유 본사에서 차씨 형제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취업이 아닌 창업에 뛰어들었다.
차재승 “대학을 안 마치고 일단 상경했다. 2018년 겨울에 ‘거리 인터뷰’ 콘텐츠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잘 안됐다. 우연히 틱톡을 알게 돼서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유튜브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 크리에이터로서 숏폼을 접하게 된 거다. 재미도 있었다. 현재 틱톡, 유튜브 등 계정 구독자 수가 총 270만 명쯤 된다. 그러다 틱톡 크리에이터 행사에 갔는데 크리에이터 다섯 명만 모으면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숏폼 기획사)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휴학생 신분이었던 것도 빠르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뭐라도 안 해 놓으면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게 원동력이었다. 올해 학교를 자퇴했다.”
형제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차민승 “윗유는 세 번째 창업 도전이다. 동생이 먼저 사업하고 있었고, 마침 두 번째 회사가 잘 안되고 있던 시기였다. 장남으로서 ‘가족 중 누구라도 잘돼야 한다’는 심정으로 거들기 시작했다. 대학 전공이 도자공예다. 공예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사업이 첫 번째 아이템, 두 번째도 비슷하게 일러스트 등 굿즈(상품)를 파는 일이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부족한 부분은 동생이, 동생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보완한다. 매출을 위한 영업 활동은 주로 동생이, 내부 운영·살림은 내가 총괄한다.”
경기가 어렵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숏폼 시장은 어떤가.
차민승 “틱톡에 이어 메타, 구글, 네이버, 카카오도 숏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를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 중 짧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선호도가 커졌다. 20분짜리 유튜브도 길게 느껴질 만큼 이용자들의 집중력은 짧아지고 있다. 숏폼은 다른 디바이스(기기)가 나오기 전까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숏폼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차재승 “주 수익 모델이 광고인 만큼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영업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적 5000여 건의 숏폼 광고 제작 경험이 쌓였다. 크리에이터들이 소속감을 갖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코로나19가 터졌을 땐 외부에서 촬영이 불가능했다. 밖에서 사람 만나고 영상 찍으면 죄인 취급당하던 때였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숏폼 전문 스튜디오 ‘윗유하우스’ ‘윗유하우스34’를 만든 건 그 때문이었다. 경영자이면서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윗유랜드’도 있다. 이들이 윗유와 함께할 이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것이다.”
유튜버와 비교해 숏폼 크리에이터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나.
차민승 “유튜브 같은 롱폼과 비교한다면 준비 과정이 간소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촬영부터 편집까지 가능하다. 숏폼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를 발 빠르게 캐치해 쫓아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업로드 주기도 롱폼의 2분의 1배 정도로 짧다. 3초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크리에이터는 전업인가. 어느 정도 버는지 궁금하다.
차재승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전업이다. 생계가 된다는 뜻이다. 연평균 5000만원, 최고 연 2억5000만원을 번다. 집 사고 차 사고 한다. 밥 얻어먹던 크리에이터들이 친구들에게 밥을 산다.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이제 쇼츠, 릴스까지 나와 크리에이터에게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연 10억원 단위로 버는 사례도 곧 나올 것으로 본다. 수입이 보장되면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선순환이다.”
숏폼이 ‘반짝 인기’를 끌다가 말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차민승 “크리에이터가 팬덤(fandom·충성 고객)이란 핵심 가치를 이해한다면, 팬들과 소통하는 수단이 바뀌는 것에는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긴 동영상에서 짧은 동영상으로, 다시 글로, 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포맷은 바뀔 수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바쁘지만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구독자 수를 보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숏폼에선 크리에이터가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가, 팬덤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집행 기준이 됐다.”
Company Info
회사명 주식회사 윗유
본사 서울 강남구
사업 숏폼 크리에이티브 & 미디어 마케팅
공동 창업자 차재승·차민승
설립 연도 2019년
매출 377억원(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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