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18>] ‘X혁명’ 시대가 다가온다
온 세상에 알파벳 ‘X’가 넘쳐나고 있다. 우선 곳곳에 ‘X맨’이 나타나고 있다. X맨은 상대방이 심어놓은 스파이, 특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사람, 신분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X는 탁월함을 나타낼 때도 쓰인다. 탁월하다는 뜻의 영어 ‘excellent’에서 나온 표현이다. 특정 상품에 X 등급 표시가 있으면 좋다는 뜻인데 ‘XX’나 ‘XXX’ 등급으로 올라가면 최고급이라는 의미다. 크리스마스를 X-mas로 부른 것은 오래전부터다. 이때 X는 십자가를 의미한다.
X는 미래 또는 미지의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때 암호처럼 붙는 부호가 바로 X다. 보안 유지를 위해 붙이기도 하지만, 최종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X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X가 점점 주목받게 된 이유는 바로 ‘협업경제(collabonomics)’의 확산 때문이다. A와 P가 협업할 때, 또는 협업 제품이 나왔을 때 ‘A×P’로 표기한다. 협업 부호가 X인 것이다. 협업을 잘하면 거대한 시너지가 나온다. 따라서 곱하기를 뜻하는 X를 쓰는 게 타당한 일이다. 더하기(+)나 빼기(-)는 조금씩 증감되는데, 곱하기를 하면 곧바로 큰 숫자에 도달한다. 지금 인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탈바꿈했다. 첨단 기술로 연결된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협업이 일어나면 경영 규모와 성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예전에는 시너지 효과를 설명할 때, ‘1+1 =2+알파’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비즈니스 세계가 변하자, 이제는 단순한 시너지가 아니라 ‘메가 시너지(mega synergy)’가 가능해진 것이다. 초거대 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원인이다. 거대 기업이 갑자기 망하는 이유도 실은 ‘곱하기’ 때문이다. 어떤 숫자든 영(0)을 곱하면 순식간에 0이 되고 만다.
이처럼 X가 점점 확산하더니 드디어 ‘X혁명’이 일어났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상징을 지금까지 써오던 파랑새에서 ‘X’로 바꾼 것이다. 회사 이름도 마케팅 전략도 모두 X로 바꾸고 이제 세상은 X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7월에는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교체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건물 위에 X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 구조물은 허가 절차상 문제와 반짝이는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4일 만에 철거됐지만, 일론 머스크가 얼마나 X에 빠져있는지를 여실히 확인시켜 줬다.
일론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다. 테슬라로 전기차 혁명을 이끌더니 우주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트위터 또한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결합한 뉴비즈니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의 기질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그는 전에 페이팔을 매각해서 1억8000만달러(약 2350억원)를 벌었을 때, 스페이스X에 1억달러(약 1306억달러), 텔사에 7000만달러(약 914억원), 솔라시티에 1000만달러(약 131억원)를 투자했고, 그 때문에 집세를 낼 돈이 없어 돈을 빌렸다고 밝혔다.
그는 괴짜, 기인 심지어는 광인(狂人) 소리까지 듣는 인물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X를 선호했고 아들딸 이름을 지을 때도 X와 연관시켰다. 우주 시대 도전에도 스페이스X로, 끝에 X를 붙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현재 전 세계 부호 1위다. 그의 순자산은 2030억달러(약 265조368억원)로 천문학적 규모다. 세상이 X현상으로 변할 것을 믿고 도전한 덕분일까.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쿠데타라고 역사에 기록된다. 트위터를 ‘X기업’으로 바꾸고 2029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보내 ‘다중행성종(種)’으로 인류 역사를 바꾸겠다는 그의 X혁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는 혁명가인가 괴짜인가 X맨인가. 일론 머스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내 사업도 내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혁명 직전에는 역시 상황 판단을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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