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밀리터리 밸런스 <14>] 北 무기 전시회의 메시지…북·러 군사 협력, 과연 시작될 것인가
의외의 장면이었다. 김정은과 세르게이 쇼이구가 북한제 무기를 같이 둘러보고 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에게 자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자신들이 만든 무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북한과 러시아 협력의 공식적인 시작이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무기 전시회’의 의의
북한은 정전 7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7월 26일 ‘무장장비전람회-2023’을 개최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무기 전시회를 연 것은 2021년 10월 11일에 있었던 ‘국방발전전람회 ‘자위 2021’’ 이후 2년 만이었다. 무기 전시회라고는 하지만 일반 국민을 위한 공개 행사는 아니고 당 간부와 주요 인사들의 행사다.
2021년 전시회에서 북한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신무기를 공개했다. 당시까지 기술 개발 고도화 단계였던 KN-23·24·25 등 단거리 미사일 삼총사는 물론이고, 아직 공개가 제한됐던 극초음속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공개됐다. 또한 이외에도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나 다양한 화기 등이 식별됐다. 전시회에서는 최근 5년간 생산된, 즉 김정은 시기에 개발되고 생산된 무기들이 전시됐다.
결국 북한의 무기 전시회는 대외적으로는 북한군의 첨단 무기 개발을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는 김정은의 국방 치적을 강조하려는 행사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계속되던 상황을 감안하면 ‘자위 2021’은 대내적인 행사일 수밖에 없었다. 2년 만에 열린 ‘무장장비전람회-2023’은 형식상은 ‘자위 2021’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소도 똑같이 평양시 서성구역의 3대혁명전시관이었고 전시된 장비 수도 유사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쇼이구의 등장이었다.
김정은은 쇼이구를 단순한 국방장관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국가 사절로 국빈급 예우를 갖췄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이끄느라 한창 바쁜 최고 지휘관인 쇼이구 국방장관이 굳이 직접 방북했다. 이는 결국 쇼이구의 방북 의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장비 그리고 이외에도 인력이나 기타 소요들을 북한이 제공할 수 있을지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 최신 무기와 러시아의 접점은
이번 무기 전시회에서 북한이 완전히 새로운 최신 무기로 처음 전시한 것은 두 개종의 무인기(드론)가 전부였다. 이외에도 소개 영상을 통해 다양한 신무기를 소개하기는 했다. 하지만 실물로 전시된 무인기들은 그 외양이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기인 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와 MQ-9 ‘리퍼’ 무인 공격기를 그대로 닮은 형상이었다. 심지어 추후에 알려진 이들 무인기의 이름도 ‘샛별-4’ 무인정찰기와 ‘샛별-9’ 공격형 무인기였다.
우선 ‘샛별-9’는 미국의 MQ-9과 거의 동일한 형상이지만, 한 가지 개선점이 엿보인다. MQ-9은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무장 장착대가 네 개뿐이지만, 샛별-9는 여섯 개다.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미국보다 더욱 많은 무장을 장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장착된 무장에는 ‘자위 2021’에서 공개됐던 미사일에 더하여, 미국의 최신형 소형정밀유도폭탄인 SDB와 매우 유사한 폭탄까지도 포함됐다. ‘샛별-4’는 외양으로는 탑재된 정밀 센서와 광학 장치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RQ-4와 외양은 유사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동일한 외양의 무인기를 만들었을까. 북한은 자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를 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들 공개한 기체가 단순히 모크업이 아니라 실제 비행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비행 장면과 함께 ‘샛별-9’의 미사일 투발 장면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외양을 쉽게 흉내 낼 수 있어도 내부 기술은 카피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RQ-4 고고도 무인정찰기는 20㎞ 공중에서 30㎝급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광학 장비에 더하여 악천후에도 지상의 지형지물과 장비를 식별할 수 있는 SAR(합성개구 레이더)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SAR 기술은 고사하고 30㎝급 해상도의 광학 장비를 보유하지 못했다.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을 수거한 합참은 이를 분석한 결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샛별 9’도 마찬가지로 장거리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하여 기체를 통제할 정도 수준을 갖췄는지, 투발한 미사일과 폭탄이 실제 야전 평가에서 충분한 살상력과 정밀한 타격 능력을 갖췄는지가 전혀 입증되지 못했다.
물론 북한의 신형 무인기를 무조건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미국의 무인기 원형에는 따라갈 수 없는 성능이겠지만, 그 절반의 성능만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작년 12월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우리 군의 방공 태세를 생각한다면, 북한의 무인기 공개가 블러핑이었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심상찮은 북·러 협력을 막으려면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무인기 등 신형 무기의 공개가 아니었다. 무장 장비 전시회에 이어 다음 날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 경축’ 열병식을 했다. 조국해방전쟁이란 바로 6·25 전쟁을 의미한다. 한반도 공산화의 야욕을 품은 김일성은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침략한 후 3년간 치열한 전쟁으로 300만여 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패배하면서 정전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북한은 뻔뻔하게도 이날을 전쟁 승리를 의미하는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바로 그런 정전기념일 70주년에 북한은 대대적으로 열병식을 벌이면서 서울을 점령했던 312호 전차와 서울 점령 부대를 행진시켰다. 여전히 적화통일의 야욕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열병식은 북한군의 최신 장비와 역량을 자랑하는 무력시위의 장이었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전차를 제외하고는 재래식 장비는 일절 동원하지 않았다. 오직 핵무기와 전략 자산만을 열병식에 내세움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언제든 남한을 전술핵으로 초토화할 수 있으며 미국 본토로는 다양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기 같은 신무기나 집중적으로 동원된 핵무기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것은 바로 열병식 단상이었다. 김정은과 쇼이구 그리고 중국 대표단의 리훙충(李鴻忠) 3인이 나란히 선 모습이었다.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소련-중공의 연대가 70년 만에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러시아가 쇼이구를 보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필요한 무기 구매까지 타진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단순히 구형 탄약에 그치지 않고 신형 KN-
23과 KN-25 등 단거리탄도미사일까지 구매할 가능성을 엿보인다. 수출이 성사되면 북한은 경제적 이익에 더하여 러시아와 공식적인 군사 협력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덤으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여 한국에 대한 핵과 미사일 공격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앞장서서 유엔 안보리에 의한 대북 제재의 핵심인 WMD(대량살상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게 된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는 워싱턴 선언의 핵 기반 확장 억제 강화 조치를 더욱 가속해야 한다. 전략원자력잠수함의 배치만으로는 부족하며 전술핵폭탄의 한반도 전개 훈련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북한 첨단 무기 구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첨단 무기 판매로 대응해야 한다. 러시아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면 러시아의 패배를 촉진하는 정책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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