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아파트’ 키운 공사현장 인력난… 외국 인력 늘려도 부족한 이유
청년층 유입 필요... “근무여건 향상해야”
정부가 건설현장 인력난 해결을 위해 건설사들의 고용제한을 전면 해제하고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하는 등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사 난이도가 높은 ‘골조 공사’ 단계에서 외국인력 불법고용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인력 유입을 위한 근무여건 향상과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종합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인력 부족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건설현장에서 기술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건설사는 94%에 달했다. ‘어려운 편이었다’(56%), ‘매우 어려웠다’(38%)다. 거의 모든 현장에서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기술인력 부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88%였다. 이는 현장의 인력 부족 현상이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력 부족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가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기업도 61%였다. 또 품질이 저하되고 안전사고 우려가 커졌다고 보는 곳도 36%나 차지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기술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꾸준히 정책을 개선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 중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E-9 비자 ‘연간 도입쿼터’를 전년 대비 25% 증가한 3000명으로 늘렸다. 또 추가 수요를 대비해 탄력적으로 연간 1만명을 배정했다. 불법 외국인을 고용해 ‘고용제한 조치’를 받은 업체에도 전면 관련 규제를 풀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업종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설공사는 크게 토목과 건축으로 나뉜다. 교량이나 터널, 도로 등을 짓는 토목의 경우, 공사 기간이 길고 현장이 오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력 숙련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외국 인력도 이탈 없이 합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골조공사가 대부분인 건축의 경우, 공사 기간이 1년 내외로 짧아 인력 이탈이 잦다. 숙련도가 높아진 인력이라고 해도 외국인력의 경우 비자 기간이 끝났을 때 재입국시 합법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여전히 불법고용이 만연한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E-9 비자로 들어와 4~5년씩 일하는 외국인력이 매우 극소수”라며 “골조 공사에서는 애당초 불법 고용이 만연해있기 때문에 상황이 잘 나아지지 않는다. 토목과 골조 등 업종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인력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공사 기능인력의 평균연령 분포가 50세 이상인 업체는 전체의 79.5%를 차지했다. 35세 미만은 0.5%에 불과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도 건설현장 기술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건설산업 진입 청년층의 부족’이 80%를 차지할만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설사들이 현장의 근무여건을 향상하고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장의 위치에 따라 삶의 터전이 바뀌고 주말 근무와 빠른 출근이 기본이 되는 현장 업무 특성상 기술인력은 ‘워라밸(Work-life Balance)’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또 기술인력이 부족할수록 업무량이 증가하고, 증가한 업무량이 임금으로 보상되지 않을 경우 다른 산업으로의 이탈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청년층 유입이 안되는 상황에서 고령 인력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 특성상 국내 인력이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공정들이 있다. 해당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합법 외국 인력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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