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해병대 보고서 "왜 결재했냐"에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2023. 8.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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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 없었다는 주장 정당화위해 장관 스스로 신뢰 내던져…"국기문란 자작극" 비판 나와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보고서를 결재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당시 확신을 가지고 결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외압이 없었다는 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본인의 결재에 흠결이 있었다고 밝힌 건데, 국방부 장관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받은 수사 보고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하고 결재한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의 지적에 대해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답했다.

이에 송 의원은 "장관 결재가 국장이나 과장이 하는 것도 아니고 엄중한 것인데, 확신이 없는데 왜 결재했냐"고 따졌고 이에 이 장관은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결재를 신중하게 판단할 때가 있는데 실무자로부터 (기안 문서가) 단계적으로 올라와서 최종 결재를 할 때는 신중하게 한다"고 답했다.

장관이 해당 보고를 받을 때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최종적으로 검토하자고 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민의힘 임병헌 의원의 지적에 이 장관은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당일 수사 기록 보고라는 것은 알지 못했고 언론 설명 계획을 보고한다고 해서 법무관리관도 배석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다음날 출장 준비 차원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설명자료를 보고하겠다고 해서 편한 마음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고, 이에 깊이 있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다는 임 의원의 말에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답했다.

장관이 본인의 결재에 대해 확신이 없었고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며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하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장관이 국기문란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며 "결재 내용을 수정하려면 (수사 보고서 경찰) 이첩 보류가 아니라 다시 결재하겠다고 지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관이 보고서 결재 전에 법리 검토를 받았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지적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절차적으로 그것이 맞다. 그렇게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 2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수사의 독립성을 통해 사건 왜곡을 막으려는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군사법원법 법안의 취지는 경찰에 바로 지체 없이 (사건 수사 보고를) 이첩하게 돼 있다. 사건이 오염‧변질‧왜곡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로 이첩을 실시했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일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를 하면서 '해병대의 수사가 경찰에 잘못된 영향을 줄까봐' 라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군의 수사 입장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했다"며 "결국 민간에서 최종 결정할 것을 알면서 왜 (보고서에) 손을 댔나. 장관은 보고서에 적시된 혐의를 빼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도 지적한 부분이다. 그는 지난 18일 박 전 단장에 대한 해병대 징계위원회 실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정된 군사법원법 2조에 따르면 성 관련 범죄, 사망사건인데 범죄 원인이 의심되는 사건 등에 대해서는 군에 수사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해당 보고서에 결재를 한 이후 다음날 언론 발표를 1시간 앞두고 돌연 이를 취소했고 이후 보고서를 수사기관인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박 전 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통해 특정 인사들과 혐의도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지시한대로 박 전 단장이) 했다면 이게 규정 위반"이라며 "이 사건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사람은 국방부 장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및 불법적으로 서류를 회수해가고 영장을 집행한 국방부 검찰단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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