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맥신’… 멈추지 않는 개미들의 테마주 광풍
국내 증시에서 올해 초 이차전지에서 시작된 테마주 열풍이 초전도체로 옮겨갔다가 최근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맥신(MXene)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 당국이 특정 테마주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테마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맥신 테마주로 분류된 휴비스·코닉오토메이션·경동인베스트·태경산업·아모센스 등은 지난 18일에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휴비스는 맥신 관련 고분자 나노 복합체 제조 방법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코닉오토메이션은 맥신 나노기술을 활용한 방수(防水)성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한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란 이유로 테마주로 여겨지고 있다. 경동인베스트와 태경산업은 맥신 관련 소재 산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무선 충전 차폐 기술을 보유한 아모센스는 맥신 대량생산으로 무선 충전이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맥신 대량생산 가능성에 테마주 바람
맥신 테마주 급등세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협력센터 이승철 센터장팀이 맥신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2011년 개발된 맥신은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춘 데다 여러 금속 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어 반도체, 전자기기,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맥신은 맥스(MAX)라는 세라믹 물질을 강한 산성 용액에 담가 금속 원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수용액에 존재하는 수산화물, 산소, 불소 같은 분자가 맥신의 표면에 달라붙는데, 어떤 분자가 어떻게 달라붙어 있느냐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되고, 쓰임새도 달라진다. 기존엔 고성능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더라도 맥신의 분자 분포를 분석하는 데 며칠씩 걸렸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센터장팀의 연구로 맥신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다. 이 센터장은 “제조된 맥신을 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표면 분자 분석의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균일한 품질을 가진 맥신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초전도체 이어 맥신까지
올 증시에선 특정 테마주가 과열됐다가 다음 테마주가 뜨면 기존 테마주 주가는 내리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 대표 테마주로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이 꼽혔다. 이 회사 주가는 올 초 9만원대에서 7월말 46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이차전지 투자 과열 논란이 불거지며 32만8000원까지 내려왔다.
이후 초전도체 테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국내 민간 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인 ‘LK-99′라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자회사가 권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대표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힌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지난달 중순 1만2000원대에서 17일 5만99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사이언스·네이처 등 세계 유수 학술지들이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자, 21일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해 4만2000원까지 급락했다.
맥신 테마주도 이차전지, 초전도체 테마와 같은 길을 걸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온·상압 초전도체와 달리 맥신은 이미 실체가 존재하는 신소재기 때문에 당분간 맥신 테마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적보다는 루머 등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테마주의 특성상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정책 등이 테마주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오는 25일 잭슨홀 행사에서 긴축 관련 발언을 한다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는 하락폭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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