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위험 줄고 기회 커질 것”…중대한 대외정책 사전 공론화 없이 ‘사후 설명’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우리 국민들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이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사안을 신속 협의하고 공동대응하는 ‘준동맹급’ 협의체를 가동하는 불가피성을 언급하고 한국에 돌아올 이익을 강조했다. 충분한 내부 공론화와 조율 없이 중대한 대외정책 변화에 사인한 뒤 사후에 국내를 향해 설명과 설득에 나서는 일방주의적 국정 기조가 재차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회담)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고 3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협의체를 띄웠다. 대통령실은 3국의 관계가 명시적 동맹처럼 구속력 있는 관계는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실질적으로 3각 동맹과 유사하게 가동될 거란 분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상당 부분을 3국 협의체의 불가피성과 한국 이익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도전 요인이 얽힌 전례없는 글로벌 복합위기가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대응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3국 협의체 등장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에 한·미·일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일 협의체 창설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일 3국 협력체는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기능하면서 확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SBS에 출연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질서를 주도할 새로운 핵심 협력체가 생긴 것으로 국제 정치적, 지정학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언론에 “인·태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이었다”고 캠프 데이비드 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정학을 바꾼 시간’에 걸맞는 공론화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한·미 동맹에 대외정책 초점을 맞추고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3각 공조 강화의 신호를 축적했다. 하지만 취임 10개월만의 한·일관계 ‘개선’, 취임 1년3개월만의 한·미·일 ‘준동맹급’ 협의체 구성이라는 급속한 속도전에 대한 내부적 정당성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한·일관계 현안이던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한국이 자체적으로 푸는 ‘셀프 배상’을 하면서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에도 한·일 정상회담으로 ‘선제적 양보’를 한·일 간에 먼저 못박은 뒤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비판을 정치적 반대파에게 돌렸다. 대외 정책 급변에 대한 국내의 취약한 지지는 윤석열 정부 대외 정책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치면서 이번 켐프 데이비드 회의를 “매우 특별한 회의”라고 평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결과에 ‘안보가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3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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