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해외자원 개발 숨통 트였지만···"성공불융자 빠져 아쉬워"

세종=박효정 기자 2023. 8. 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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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융자보조율 50%로 확대
美 IRA·中핵심광물 수출통제로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비상등 켜져
尹정부 융자확대·세액공제 지원
'실패해도 재도전' 시스템 갖춰야
"정권 관계없이 일관성 유지" 지적도
[서울경제]

“전 세계가 총성 없는 경제 전쟁, 정보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이 운용되는 데 필수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에너지·광물 등 공급망 안보를 철저히 점검하고 경제 안보, 산업 안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필수 자원 비축을 세심하게 준비해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은 올 5월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는 첫 국무회의에서 자원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우려대로 중국은 지난해 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의 해외 이전 금지 조치에 이어 이달부터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떠오르는 갈륨·게르마늄의 수출까지 통제하기로 했다. 어느덧 1년 6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또 다른 뇌관이다. 윤 대통령의 지시 석 달 만에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의 보조율을 최대 50%까지 높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세계 각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중국산 광물 의존도는 우리 경제의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기준 황산코발트(100%), 인조흑연(93%), 천연흑연(91%), 수산화리튬(84%) 등 배터리 핵심 광물 다수의 중국 의존도는 80%를 훌쩍 넘어섰다. 중국 정부가 최근 수출통제 방침을 밝힌 갈륨과 게르마늄 역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원료다.

설상가상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을 계기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산업의 필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배터리에 중국산 광물·부품이 다량 포함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공급망 협정을 맺고 캐나다 등 주요 자원 부국과 잇따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 자원 의존도는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478억 달러)를 기록한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수입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8억 80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찌감치 자원 공급망의 중요성을 인식한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사업 규모를 기존의 3배 수준으로 늘렸다. 우리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을 우리 손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때 4000억 원이 넘게 투입됐던 이 사업은 자원 외교에 ‘적폐’ 낙인이 찍힌 뒤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결국 2016년 사업이 잠정 중단되고 2017년 제도 개편 이후에는 융자 기준이 강화되고 신청 절차가 복잡해져 예산 실집행률이 2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공기업 주도의 해외자원개발이 아닌 ‘민간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의 무리한 자원개발이 공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을뿐더러 국내 민간 기업들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축적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과거 대우인터내셔널 시절 확보한 미얀마 해상가스전 사업에서 매일 평균 140만㎥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연간 가스 소비량 10%에 달하는 규모다. LX인터내셔널도 LG상사 시절 운영권을 사들인 인도네시아 감(GAM) 광산에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500억 원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자원개발기업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를 10년 만에 부활시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기업이 광업권·조광권 취득을 위해 투자하거나 출자할 경우 투자·출자금의 3%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기업의 숙원인 ‘성공불융자’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지금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실패할 경우 기업이 30%의 융자를 상환해야 하지만 성공불융자가 도입되면 융자금 100%를 면제받을 수 있다. 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적폐로 지목돼온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시각이 현 정부 들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높은 사업 리스크를 낮춰주는 성공불융자가 시행되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 탐사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의 특성상 정권과 관계없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자원개발을 지원하는 성공불융자는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고 개선된 특별융자의 기업 참여는 저조하다”며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위해서는 명확한 정책 목표 설정과 일관성 있는 제도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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