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할머니부터 충청도밥상까지...디지털 장악한 할매·할배들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8.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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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이징, 시니어 사례 보니
생애 경험·호기심에 콘텐츠 창작
콘텐츠 제작으로 일상의 선순환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손맛할머니’ 영상 갈무리]
“싱거우면 소금 쳐.”

‘K-할머니’의 손맛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가 어느새 구독자 23만3000명을 끌어모았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78세 이용숙 할머니. 그는 손주들을 위한 밥상, 비 오는 날 먹기 좋은 찌개, 5일장 다녀온 후기, 동네 계곡 닭백숙 먹방 등의 콘텐츠로 매번 1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70년 넘게 주부로 살면서 다섯 남매를 키운 김동예 할머니는 구독자 3만3500명에게 그동안 629개 영상 콘텐츠를 선보였다. “80살 넘은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봐주고 따라서 만든다고 하니 무척 재밌고 신기하다”는 그는 다섯 남매와 함께 먹던 요리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박일환 전 대법관이 운영하는 법률 상식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도 구독자 14만5000명을 모으면서 순항 중이다. 이 채널은 전직 대법관이 생활 법률 상식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개설 당시 화제를 모았다.

노년기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배경 봤더니
연세대 연구진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중인 노인 8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해 앞의 사례와 같은 디지털 에이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디지털 에이징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활용하면서 나이가 드는 과정을 말한다.

연세대 심바이오틱 라이프텍 연구원과 같은 대학 혁신적 디자인 교육연구단 등은 이달 학회지 ‘한국노년학’을 통해 디지털 에이징 개입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들은 심리적 특성, 생애 경험적 특성, 사회환경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

심리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배경으로 나타났다. 생애 주요하게 종사했던 직업이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했거나 중년기에 안정적 생활을 유지했던 경험도 이들을 디지털 콘텐츠 제작으로 이끌었다.

다만 제작 초기 단계에서는 노화에 따른 신체·인지기능 저하가 장벽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나선 노인들은 심리적 보람을 느낄 뿐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긍정적 경험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활동이 사회관계망을 확장해 일상의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노인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능숙하게 제작하고 콘텐츠 제작 기술을 가르쳐 타인에게 자원이 되기도 하면서 삶의 자신감과 주체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선순환 궤도를 걷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디지털 에이징으로 활동적 노후와 여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년기 이전부터 디지털 에이징을 위한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에이징이 적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년기 이전 시점부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사회에서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사회 환경이 낯설지만 적응하고 있는 디지털 이민자 사이 즈음에 자리한 노년기 직전, 중년 후기 성인들을 대상으로 적극 실시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충청도 외할머니 밥상’ 영상 갈무리]
빅테크가 시니어 창작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노년기 이전 개입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기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전문·관심 분야를 디지털 콘텐츠로 풀어내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익숙해진 심화 단계에서는 관련 교육이 부재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 교육이 기초 단계만 제공하고 심화된 내용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례가 없지는 않다. 서울시 ‘50플러스’나 서울 서초구의 ‘느티나무 쉼터’ 등에서는 수준별 디지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 장벽으로 꼽힌 신체 기능 저하를 최소화할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노년층은 주로 시력 감퇴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 관련 앱이나 페이지를 이용할 때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시니어 창작자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모든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서다.

수잔 워치스키 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당시 1세대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와 만났다. 구글 최대 개발자 회의에 그를 초대한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도 만남을 가졌다.

지난 1일 출간한 책 ‘유튜버 백세시대’는 “유튜브가 실버 계층을 포함한 ‘전 계층이 이용하는 전방위적 플랫폼’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특별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도 일상적이고 선한 스토리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플랫폼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10대에서 20대 콘텐츠 생산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유튜브에서 시니어 유튜버는 귀한 존재”라며 “대부분의 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산자 겸 소비자가 되는 시니어는 수익 면에서도 더욱 공을 들여야 할 세대”라고 설명했다.

‘2022년 1인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미디어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노인이 가진 다양한 인구사회학적·생애배경적 특성이 디지털 에이징과 관련된 경험을 달리하는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연구를 축적한다면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각각의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조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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