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틀 내세운 한·일 군사협력 급진전···다음 스텝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3국 공조에 속도를 내왔다. 한·미·일 틀 속에서 한·일 군사적 협력 범위도 꾸준히 확대되어왔다. 한국 정부가 탄약, 식량 등의 군수 분야를 상호 원조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국의 군사협력은 다자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며 밀착 강도를 높여갔다. 시작은 윤 대통령 취임 1개월만인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3국 정상회담이다. 4년9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들은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3국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한·미·일 협력 틀 안에서의 한·일 군사협력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3월 윤석열 정부가 일본 강제동원(징용)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한·일 군사협력은 급물살을 탔다. 중요한 기제 중 하나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가 완료됐다.
주로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 위주로 이뤄지던 한·미·일 3국의 군사안보협력은 해상차단훈련(PSI)과 군사정보공유, 미사일방어경보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으로 확대됐다. 북한 핵·미사일 억제가 빌미가 됐다. 명칭도 바뀌었다. 국방부는 4월 한·미·일 국방 차관보급 안보회의(DTT)를 계기로 이전까지 불린 ‘3국 안보협력’ 대신 ‘3국 군사협력’으로 표현했다. 군사적 협력이 심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으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의 군사협력은 새로운 차원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안별로 진행되던 3국 공동 군사훈련을 연 단위로 연간계획에 따라 시행하고, 지난 11월 프놈펜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도 올해 안으로 가동을 추진한다. 그간 진행되온 한·미, 미·일 간 연합훈련과 미사일 정보 공유에 한·일이 더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지난해 9월 대잠전 훈련 때처럼 독도 인근(150㎞ 거리) 해상에서 욱일기가 걸린 일본 함정과 군사 훈련을 하거나 미국이 훈련 장소를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본은 북한의 핵 위협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자국의 방위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6월 마드리드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3국 공조 강화를 언급하면서 “한·미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를 위해서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 대폭 증액 등을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MB) 정부에서 진행하다 표류하고 있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를 ‘북한 남침 차단의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띄운 것도 ACSA 추진과 관련돼 보인다”면서 “ACSA는 ‘외교안보 실세’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오랫동안 공들여 온 사안이기도 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조치 때도 ACSA 추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유사시 군수 분야에서 탄약을 비롯해 식량, 연료, 수송·의료 서비스 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ACSA는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지소미아와 함께 군사협력의 중요한 기제로 꼽힌다.
군 당국은 일단 ACSA 추진과는 선을 긋고 있다. 당초 일본이 2010년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와 ACSA 체결을 제안했던 것도 2009년 북한의 장거리 우주로켓과 2차 핵실험이 명분이 됐다. 점차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추진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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