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캠프데이비드 합의의 국제정치적 의미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 캠프데이비드에서 회담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비롯해 '캠프데이비드 정신',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가지 문서를 공동으로 발표하였다. 이 문서들에 제시된 3국 공동의 정세 인식과 정책 방향은 향후 우리의 안보나 외교 정책 측면에서 이정표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3국 정상은 지금의 국제 정세가 중대한 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였다. 윤 대통령은 "미증유의 복합위기"란 표현을 사용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지정학적 경쟁, 기후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핵 도발 등이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역사적 기로"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기시다 총리도 동중국해 등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북한의 핵 위협 증대 등에 의해 국제사회가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명하였다.

이 같은 공동의 정세 인식에 입각해 3국 정상들은 "국제법, 공동의 규범, 공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향할 것이며, "유엔 헌장의 원칙"을 바탕으로 힘에 의한 강압이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미·일 3국이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연대라는 점을 천명한 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세 인식과 공동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3국은 향후 정상회의뿐 아니라 외교, 국방, 국가안보실장, 재무, 상무 및 산업장관들 간의 연례적 협의를 개최할 것이며, 인도·태평양 대화도 신설할 것에 합의하였다. 이 같은 제도적 협의체를 통해 3국은 지역적으로는 한반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으로 확장되는 공동의 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이슈별로는 경제와 과학기술 영역에까지 공동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표명하였다. 북한 핵 위협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공동의 정보 공유와 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을 확인하면서, 중국에 의한 남중국해 등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와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도발에 대해서도 공동의 우려가 표명되었다. 또한 국제경제나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적 표준을 선점하는 3국이 경제안보 분야 협력,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 우주, AI, 양자과학 및 의학 분야 등에서 협력을 심화하는 방향성도 제시되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시기에 도출된 한·미·일 3국의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기존에 한국 안보의 방파제 같은 역할을 담당해온 한미동맹에 더해 한·미·일 3자 간의 소다자적 안보협의체가 국가안보의 네트워크로 추가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나 러·우 전쟁 등이 초래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 패권경쟁 양상이나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에 대응하여, 한·미·일 3국이 공동의 협력을 합의한 점도 국제경제 안보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역사의 고비마다 국제 질서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캠프데이비드의 무대에서 한국을 위시한 3국이 참가한 이번 합의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글로벌 질서 불안정을 헤쳐나가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