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캠프데이비드, 그 다음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 방문은 짧지만 강렬했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대통령 윤석열'의 무게에, 아버지를 여의고 슬퍼할 새도 없이 출장길에 오른 '인간 윤석열'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한·미·일 3국 언론에서 칭찬과 위로가 쏟아졌다.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가장 뿌듯한 외교 성과였을 것이다.
다자회의 계기에나 만나던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따로 시간을 내 만났다. 앞으로 매년 이렇게 만나자는 결의도 다졌다. 지금까지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회동이었다면 앞으로는 매년 제사 지내기 위해 떡을 하기로 약속한 셈이니 협력의 차원이 달라졌다. 3국 협력을 제도화하면서 한일관계도 이제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은 피할 수 있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 가장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국민 여론이다. 우리 외교사에서 일본과 관련된 문제는 양국 정부 간에 외교적 성과를 내도 정치적 공격과 국민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합의가 무효화되고, 양국 관계가 얼어붙는 악순환을 수차례 겪어왔다. 대표적인 게 2015년 위안부 합의다. 초반에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내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앞선 정부의 합의를 무효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 및 2016년 한·미·일 정상회의가 3국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한일관계와 여론 악화 탓이 컸다.
윤 대통령도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관련 질문을 받고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인정하며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당장 이르면 이달 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다음달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가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모두 여론의 향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사안들이다. 아무리 외교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해도 국민 여론의 지속가능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다음 과제는 외교(外交)보다 내교(內交)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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