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금융위 ‘이견’에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예고 취소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8.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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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18일 입법예고 개정안 22일 취소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방식 놓고 충돌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로 인해 발생한 부당이득을 법으로 산정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실제 부당이득금액을 산정하는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한 동법 시행령의 입법예고가 이뤄졌지만 금융위원회가 이를 스스로 취소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추가 협의할 사항이 발견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부당이득 산정과 관련한 형사사법 당국과 금융당국의 충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입법예고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하위 법령(자본시장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22일자로 취소하고 9월 중 다시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이례적인 입법예고 취소에 대한 금융위의 공식 설명은 “입법예고 전 법무부·대검찰청 등 관계부처 논의 과정에서 향후 개정 법률안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효율적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후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자는 의견이 논의되었음”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부당이득의 산정 방식과 관련한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무부와는 부당이득 산정기준과 관련해 조금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간 부당이득의 산정과 관련해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됐다. 법률가들은 특히 부당이득금액을 법률로 산정한 뒤, 이 금액이 과도하다는 점을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소명하도록 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형벌이 아닌 부당이득의 박탈이라는 행정부의 제재적 처분이라고 해도 제재금의 수준에 대한 입증을 제재처분의 당사자인 행정청이 부담하지 않고 사실상 불공정거래행위자에게 떠넘기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향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거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대법원의 규범통제에 막혀 과징금 부과 처분이 무효화될 우려가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과징금 산정의 범죄 유형별 구체적 기준에서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18일 공개된 입법예고안에도 다양한 유형별 부당이득금 산정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다양한 사례에 대한 법률가들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위가 법무부·대검찰청 등 관계부처와 논의해 다시 입법예고할 자본시장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에는 과징금 부과 기준·절차, 위반행위 유형별 부당이득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자진신고 시 과징금 감면 기준·절차에 관한 더 상세하고 개선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절차상으로 내년 1월19일 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당이득을 법으로 산정하고,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지난한 논의 끝에 지난 6월 30일 통과됐다. 그동안 과징금 제재가 사실상 없었고, 법원에서 엄격히 요건을 따지면서 사법당국이 마련한 범죄수익 산정안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았던 탓에 개정이 추진됐다. 실제 현행 법으로는 주가조작단이 수백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겨도 수사당국이 부당이득 산정에 실패하면 최대 5억원의 벌금만 내면 된다.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은 부당이득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으로 규정했다. 불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벌이나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리니언시·플리바게닝)도 포함했다. 관련해 실현이익, 미실현 이익, 회피 손실, 시세 상승·하락, 공매도 제한 등 유형별 산정 방식은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에 구체적 내용을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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