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엔 파격 보상 …"공직DNA에 기업 시스템 결합해야"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8.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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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식 사라지는 공직사회

위기마다 한국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공직사회를 되살리기 위해선 무너진 공무원들의 직업의식을 되살리고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개편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 사명감과 같은 공직 DNA를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성과에 따른 철저한 보상을 보장하는 기업식 시스템을 결합해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에 빠진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 인력 확대에만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호봉제에서 성과 위주의 직무급제로 하루빨리 전환하고 5급 대신 7급을 채용하는 파격으로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직장과 자신의 이해가 동행할 때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은 강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보상 체계를 통해 소명의식 제고를 유도할 수는 있다는 취지다. 특히 박상인 교수는 "적절한 승진으로 안정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행정고시에 합격한 젊은 공무원은 승진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미래의 장차관을 꿈꾸는 젊은 공무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못하고, 심지어는 '과장만 돼도 정권에 줄을 서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무원 채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5급 공무원 대신 7급 공무원부터 채용해 인사 적체 문제와 승진 경쟁을 줄여야 한다"며 "그 대신 임금 체계를 현재의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해 확실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민간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무급제는 급여 수준을 업무 성격과 난이도, 성과 등에 따라 달리 적용해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의 부작용을 탈피할 수 있는 임금제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최현선 한국국정관리학회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도 "7급 공무원 중심 채용 방식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7급 공무원을 선발해도 '패스트트랙' 도입 등으로 뛰어난 인재의 승진을 보장할 수 있고 전문직 공무원과의 차별을 막을 수 있어 실보다 득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문성 결여도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상인 교수는 "시험에 합격한 후 교육 기간을 2년 정도로 늘려 담당 부처 업무와 연관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학원 석사 과정 수준의 교육이 진행되면 담당 부처에서 업무를 맡았을 때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충청북도 진천군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6~7개월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임기 안에 공무원 17만4000명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큰 폭으로 증가한 공무원은 지난해 말 115만명에 육박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용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 채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보수 정권 집권기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늘어난 공무원(5만5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기간에 늘어난 공무원 9만936명(9.8%)보다도 증가율이 높았다.

이러한 증가세는 공공 부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은 2017년 34만5923명에서 지난해 44만5176명으로 9만9253명(28.7%) 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1만4431명(5.8%), 박근혜 정부 시기에 6만4685명(24.5%) 늘어난 공공기관 임직원을 합친 것보다도 2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점 추진하면서 2018년 283개 기관에서 3만6101명, 2019년 171개 기관에서 3만3432명, 2020년 99개 기관에서 1만6618명 등 대규모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리즈 끝>

[송광섭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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