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이강인 굳이 점검할 필요가 있을까...논란만 더 생긴 클린스만 해명

김대식 기자 2023. 8.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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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해명은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의 행보보다는 선수 시절 레전드로서의 행보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자신이 직접 약속한 국내 상주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5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머문 시간은 2개월 남짓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KFA)가 21일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 예전부터 자선사업을 같이하시는 분과의 일정이 있어 일주일가량 다녀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계약하기 이전에 잡혀있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었다. 아일랜드에 간 일정에 맞추어 손흥민의 토트넘 개막전을 관전하러 영국 런던에 갔고, 거기서 브렌트포트 김지수를 만날 기회도 생겨 대화를 나눴다"고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제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축구연맹(UEFA) 회의에 참석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을 지켜본 후 A매치 소집 직전에 유럽파 선수들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9월 A매치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국내로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해보는 문제는 중요하다. 클린스만이 한국의 감독이 아니라고 해도, 현재 대표팀의 주축이 유럽파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정을 해보자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고 해서, 김민재와 이강인이 각각 뮌헨과 PSG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서 클린스만 감독이 세 선수를 뽑지 않을 수 있을까.

당장 클린스만 감독한테 필요한 선수는 전력상 약점으로 뽑히는 수비형 미드필더나 풀백 자원에서 새롭게 경쟁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선수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이 해당 포지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도 중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손준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나 김영권-정우영(칼리즈)의 장기적인 대체자를 찾아보는 게 더욱 시급하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선 유럽파들도 점검이 필요하겠지만 한국 선수의 풀이 제일 많은 K리그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빠르다.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가능한 한 K리그의 많은 경기를 지켜봤고, 차두리와 마이클 김 코치도 보고 있다. 스트링가라, 쾨프케 코치도 직접 관전했다"며 자신이 아닌 다른 코칭스태프가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을 통해서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잘되고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지난 6월 명단 발표를 했을 당시에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안현범을 두고 "안현범은 모니터링했지만 직접 경기를 보지는 못했다. 곧 볼 예정이다. 측면 플레이를 잘하고, 다이나믹하고 저돌적이다"라며 직접 선수를 파악하지 않고, 선발했다고 인정한 적이 있다.

 

이후 안현범은 곧바로 대표팀에 데뷔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정작 안현범의 활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전술적인 지시를 내렸다.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측면 수비자원이라고 설명했는데 막상 경기장 안에서는 안현범이 수비적인 역할에만 집중하도록 요구했다.

실험적인 의도를 가지고 내린 지시라고 해도, 선수에 대한 파악이 100%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당연히 안현범은 좋은 활약을 펼칠 수가 없었다. 선수 기용 방식과 전술 방향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감독이 제대로 선수를 파악하지 않은 채로 선발했을 때 어떻게 팀에 악영향을 주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물론 선수 관리 차원에서 감독이 직접 선수를 방문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김민재가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을 당시에 클린스만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탈리아 나폴리로 직접 날아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민재에 대한 신뢰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의 경기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가야만 하는 사안일까. 차라리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가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만 합류하는 코칭스태프가 직접 유럽에서 활동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에 머물면서 전체적인 소통을 담당하는 게 맞지 않을까. 선수 관리에 있어서 정답은 없겠지만 유럽파를 점검하기 위해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 때문이다. 그는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서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라며 자신의 원격 근무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논리대로라면 프리미어리그(EPL)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굳이 방문해서 소통할 이유도 없다. 유럽에 있는 선수들과도 충분히 화상 통화를 진행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오히려 자신이 잘 모르는 K리그 선수들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K리그 현장에 꾸준히 방문하는 것이 대표팀을 잘 이끌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인사이드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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