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아냐" vs "아직 때 아니다"…LK-99 한 달 논란 총정리
다만 LK-99 연구 참여한 국내 석학은 여전히 상온 초전도체 주장
한국발(發) 초전도체 초광풍이 힘을 잃고 있다. 110여년간 극저온·초고압 조건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국내외 검증은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국내 석학은 여전히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맞다고 주장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탁 미국 윌리엄&메리대 연구교수(65)는 지난 19일 머니투데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은 초전도 문제로 너무 달아올라 있어 (각종 논란에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논문 심사위원들이 LK-99에 대해 리뷰(검토) 중이기 때문에 추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LK-99가 상온·상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본다. 특히 1972년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 BCS 이론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만, BCS 이론으로 여전히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새로운 이론이 전파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가 이처럼 상온 초전도체 주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연구 이력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30여년간 초전도 현상을 연구했다. 그는 2005년 '금속-절연체 전이'(MIT) 이론을 실험으로 규명했지만, 당시에도 회의론과 마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8년 MIT 칩을 만들어 논란을 종식시키며 정부로부터 세종대왕 기술상, 발명대왕을 받았다. 이 칩은 현재 누전 차단기 등에 쓰인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이다. 한 번 발생한 전류는 에너지 손실 없이 무한대로 흐른다. 특징적으로 외부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로 공중에 뜬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관측된 이래 극저온·초고압 조건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김현탁 교수 등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황산납과 인화구리를 1대1로 합성·가열해 LK-99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LK-99가 절대온도 400K(127℃) 이하, 1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국내외 과학계 검증이 이뤄졌지만, 실험을 통해 LK-99의 초전도성을 나타냈다는 연구는 없었다. 네이처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스칼 푸팔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LK-99의 순수한 단결정 합성에 성공했으며 LK-99 단결정은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사이언스는 LK-99로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주장에 대해 "불과 2주 만에 온라인상 명성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사이언스는 'LK-99의 초전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전문가 분석을 주로 다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2일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을 위원장으로 LK-99 검증위원회를 발족했다. 검증위는 1차(5일)·2차(11일)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논문과 영상을 근거로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봤다. 또 전기저항이 작아지는 현상은 초전도체가 아니어도 관측될 수 있다며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또 지난 18일에는 LK-99 시료를 일부 제조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 측정 결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현재 검증위와 함께 서울대, POSTECH(포항공과대), 고려대, 성균관대, 부산대, 한양대, 경희대 등 7개 연구그룹이 LK-99 시료를 제작 중이다.
현재 김현탁 교수를 제외하면 이석배 대표, 방재규 부사장 등은 각종 의혹에 무대응 중이다. 이달 내 LK-99 관련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논문이 정식 등재되지 않아 설명회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연구진은 현재 LK-99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APL Materials'에 등재하기 위해 심사를 받고 있다. LK-99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큰 가운데, 최종 결과는 퀀텀 측 입장 표명과 함께 종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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