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관리에만 급급 …'서민대출 비상문' 닫는 저축은행
공급처 1년새 34곳→28곳 감소
대부업체도 신규 대출 반토막
평균 61만원 소액생계비 대출
14%는 이자 8천원 낼 돈 없어
20대 청년 미납률도 25% 달해
중저신용자와 취약 대출자들의 자금 사정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이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최후의 보루'마저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비해 조금씩 대출 문이 열리는 추세이지만 금융취약계층에게는 아직 대출 한파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연체율 관리와 수익성 보전을 위한 조치이다 보니 당국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신용대출을 공급한 저축은행은 전국 79곳 중 28곳뿐이었다. 작년 7월 34곳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새 6곳이 줄어든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올 1분기 가계대출을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줄였을 때도 공급처는 30곳이 넘었다. 그러나 조달비용 상승과 연체율 악화로 지난 1분기 적자를 낸 탓에 신용대출을 아예 '포기'한 회사들이 생겼다.
저신용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용평점이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에게 가계신용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총 25곳이었지만, 1년 새 9곳이나 줄어 지난달에는 16곳에 불과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 조달비용이 2배나 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부담도 남아 있고, 연체율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개인신용대출 취급을 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기관이 보증하는 대출은 적극 공급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대출액의 90% 보증하는 근로자햇살론 공급액은 올해 상반기 2조29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 SGI서울보증이 보증하는 사잇돌2대출 공급액도 올해 상반기 49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제도권 금융사 중 저신용자 비중이 가장 높은 대부업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사실상 신규 대출 공급을 중단했던 대부업체들이 올해 2분기 들어 속속 공급을 재개하긴 했지만, 공급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0%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대부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우수 대부업체는 신용평점 하위 10%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가계신용대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곳들이다. 금융감독원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수 대부업체 21곳이 내준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2조652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23곳의 잔액이 2조578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대부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지만, 저렴한 편에 속하는 은행 자금 차입 금리도 지난해 말 기준 연 6.9%다. 같은 기간 우수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금리가 연 16.6%임을 감안하면 저신용자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내주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금융취약계층은 정책서민금융대출에 의지하는 형국이다. 신용평점 하위 10%를 대상으로 하는 서금원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출은 한 달치 한도가 열리는 매월 초 하루 이틀 만에 1개월치 한도가 모두 소진된다. 신용평점이 하위 20%인 차주나 저소득자에게 내주는 근로자햇살론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1991억원이 대출되며 1년치 공급 목표치의 85%가 채워졌다.
몇천 원의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차주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 서금원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의 이자 미납률은 상품을 출시한 초반 8%대에서 최근 14%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평균 대출액이 61만원인 이 대출의 첫 달 이자는 8000원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 청년차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아간 20대 이하의 미납률은 24.5%로, 전체 연령대 미납률의 2배 수준이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점수가 하위 20%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 20대는 연령 특성상 직업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고금리에 생활비 부담도 커지자 상환을 포기하는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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