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있는데 없다니"… LH, 조사마저 부실의혹

LH 철근 누락 단지 발표하며
"파주운정A34블록 12개 누락"
용역社 "모든 철근 시공" 반발
LH, 뒤늦게 "2개만 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누락됐다고 최초 발표한 아파트 15곳 가운데 실제로는 철근이 배근돼 있는 단지가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주 운정 A34블록(초롱꽃마을LH3단지)은 최초 시공 과정에서부터 배근이 모든 기둥에 이뤄졌고, 이후 설계·시공·감리 등 용역업체들이 철근탐지기로 배근 상태를 확인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LH의 '부실 조사'가 재차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초롱꽃마을LH3단지 건설 공사에 참여한 복수의 용역업체들에 따르면 파주 운정 A34블록은 국토교통부와 LH의 발표와는 달리 지하주차장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배근돼 있다. 초롱꽃마을LH3단지는 지난달 국토부가 LH의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곳 중 하나다. 당시 국토부는 단지 내 무량판 구조로 지은 지하주차장 기둥 331개 중 12개의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있다고 발표했다. 누락된 원인은 '설계 오류'라고 밝혔다.

그러나 초롱꽃마을LH3단지 공사에 참여한 용역업체들은 실제로는 12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모두 들어가있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설계도서와 구조계산서상에는 12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게 맞는다. 구조 설계를 맡은 A설계업체 관계자는 "수정된 설계도면을 다시 시공업체에 보냈고, 이에 실제 시공 과정에선 12개 기둥 모두에 철근이 배근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정된 설계도면은 최종 설계도서와 구조계산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설계·시공·감리 용역업체들은 지난 7월 철근탐지기로 배근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감리업체로 참여한 B사 관계자는 "점검 결과 12개 기둥 중 8개에선 전단보강근이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4개 기둥은 정확히 탐지되진 않았지만 철근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당시 실무자들이 확신했다"고 밝혔다. A설계업체 관계자 역시 "나머지 4개도 99% 이상의 확률로 철근이 배근돼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며 "전단보강근이 주철근과 겹쳐 있어 탐지기로는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측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철근 누락 수를 실제와 다르게 발표한 점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안전진단업체가 탐지기로 측정한 결과, 12개 기둥 중 2개에는 철근이 배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전 관련 사안이라 보수적으로 접근해 설계 누락 12개 모두 보강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12개 기둥을 모두 해체해 눈으로 확인시켜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