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도 힘든데, 선물 한도만 올려 놓으면 풀려?.. 명절 땐 30만 원으로 ‘훌쩍’
설·추석 선물은 20만 원→30만 원 조정
공연관람권 등 모바일 상품권 등 포함
농·축·수산업, 문화예술계 등 상황 감안해
경기 위축·씀씀이 한계.. 소비 권유 ‘모순’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명절 등에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한도액이 종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공연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선물에 포함됩니다.
농·축·수산업계 등 1차 산업과 문화·예술계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선 좀더 신중한 논의가 뒤따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는 오늘(21일)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등 선물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공직자 등의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 등의 가액 범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인 10만 원(설날·추석 20만 원)을 15만 원(설날·추석 30만 원)으로 상향하도록 했습니다.
설과 추석 선물 기간은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설날·추석 후 5일까지입니다.
이번 추석은 9월 29일로,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2배로 상향되는 추석 선물 기간이 적용되는 시기는 당장 다음 달 5일부터 10월 4일까지입니다.
유가증권 가운데 물품 그리고 용역상품권에 한해서 선물이 허용되며, 바로 현금화가 가능해 금전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백화점상품권 등 금액상품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국민권익위 측은 이번 개정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상향 배경을 전했습니다.
올해 시행 7년 차인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 불공정 관행 개선에 보탬을 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4,482명 대상 국민인식도 조사에서 ‘청탁금지법’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답이 91.2% 압도적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그러던게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여기에 고물가 등으로 위축된 1차 산업과 문화·예술계 활성화 차원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요구가 불거져 18일 농·축·수산업계와 문화·예술계 대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가 참석한 민·당·정협의회에서 개정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반면 시행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까지 받고 2016년 9월 시행된 이른바 ‘김영란법’은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상한선을 정했고 당초 공무원 공직 유관 단체,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에서 국회 논의 과정에 교사, 언론사 임직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이들 배우자까지 포함해 400만 명이 대상이지만, 정작 국회의원은 빠졌습니다.
이전에도 명절 때만 되면 소비나 업계 위축 얘기가 불거져 법 제정 1년 만인 2017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이 10만 원으로 올랐고, 2021년엔 설과 추석 기간 가액을 2배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게 급기야 당정이 올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선물 금액을 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나선 결과 30만 원까지 한도가 올라갔습니다.
이처럼 선물 한도만 올려놓는다고 자연스레 내수 진작이 될지도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초 식비 3만 원이란 기준이 2003년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참고했고 20년간 식재료나 인건비, 물가 상승 추이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인데다 자영업자와 농축수산 등 현장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찌감치 나왔습니다.
그때그때, 시행령을 손보는 수준에선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위축된 경기와 소비 여건에서 ‘명절이니까 돈을 더 쓰라’는건 사실 앞뒤가 맞지 않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면서 “부정청탁이나 뇌물 수수는 관련 법에 따라 처벌하고 다스리면 될 일이다.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선, 보다 근본적인 법 개정과 대책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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