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업용 부동산으로 위기 번지는데 … 파격 부양카드 못꺼내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8.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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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기준' 5년만기 대출우대금리 동결
부동산 개발사 '소호차이나'
건물 부가세·대출이자 연체
中당국 뼈깎는 구조조정 시사
위안화 약세·자본유출 우려
1년만기 금리인하 속도조절
"부동산 기반 40년 호황 끝나"

◆ 中 기준금리 인하 ◆

21일 중국 인민은행의 대출우대금리(LPR) 결정은 중국 경제가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5년 만기 LPR 동결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직후 "5년 만기 금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5년 만기 LPR은 중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이 5년 만기 LPR을 인하하지 않은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부동산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인민은행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1일에도 대형 부동산 개발사 소호차이나의 유동성 위기론이 확산하는 등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감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형국이다.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소호차이나 자회사인 베이징왕징소호가 건물 부가가치세와 연체료 19억8600만위안(약 3600억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43억3200만위안 규모의 은행 차입금이 '크로스 디폴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소호차이나 측 설명이다.

크로스 디폴트는 한 계약에서 디폴트 선언을 당한 채권자가 다른 채무에 대해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호차이나는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해 세금과 연체료를 납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호차이나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용 부동산에서 상업용 부동산까지 도미노로 디폴트 염려가 높아져 가고 있음에도 중국 금융당국이 5년 만기 LPR을 동결하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대신 고통을 동반한 체질 개선을 선호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소재 한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향후 감당하기 힘든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금리를 크게 낮추면 부동산 시장에 반짝 온기를 돌게 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과거 몇 년간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시장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일반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LPR을 시장 예상치(0.15%포인트)보다 낮은 0.1%포인트만 인하한 것도 중국 당국이 처한 딜레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면 자본 유출이나 위안화 약세 등 부작용에 직면하게 되는 만큼 '속도 조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 위기 국면에서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 위안화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0%까지 올리면서 10년물 미국 국채와 중국 국채 간 금리 격차(1.6%포인트)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5%가량 하락하면서 작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향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8일 달러 대비 역내 위안화 환율은 중국 당국 개입에 따라 7.3위안 아래로 내려가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이날 인민은행의 LPR 발표에 따라 다시 7.3위안을 돌파했다. 중화권 통화 분석가인 재스퍼 로 독립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80위안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7.50위안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둔 본토 자산가들의 자금 이동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기반한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WSJ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대국으로 이끈 경제적 모델이 망가졌다"면서 "위험 신호가 곳곳에 널렸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기반시설과 부동산 개발에 자본을 대거 쏟아부었지만 갈수록 경기 부양 효과가 떨어져 비효율과 부채 문제가 불거졌고 통제 불능 수준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몇 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중국이 경제 위기로 인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WSJ는 부동산 위기 등으로 '중국 붐'이 끝났다며 위기에 몰린 시진핑 주석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중국이 대외 문제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권한울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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