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퇴사직원 박수 쳐준다
미래기술 확보할 기회로 인식
되레 투자·웃돈 주고 인수도
◆ 시험대 오른 토종 AI ◆
지방대학을 졸업한 후배가 있었다.
잠깐 창업을 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최고의 대학은 아니었지만 좋은 연구와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며 성과를 올렸는데, 2009년 당시 세계대학랭킹에서 47위 서울대보다 12계단이나 위에 있는 홍콩과기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교수가 됐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3년간 네이버 인공지능(AI) 팀 기술헤드로 합류해 3년 만에 최고의 AI 팀을 구축하고, 2020년 AI 스타트업을 창업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로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누구도 못한 세계 1등을 하는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창업자 김성훈 대표의 이야기다.
업스테이지가 만든 LLM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전 세계 700여 개 LLM이 참여한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모든 회사를 제치고 1등 기술이 됐다. 세계 AI 업계에서 놀랐다. 한국 스타트업이 이룬 위업이다.
답은 융합이다. 학계, 산업계 그리고 스타트업을 두루 융합하니 세계 최고의 기술이 나온다. 대기업이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거대한 조직에 재능이 갇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대는 기술과 조직을 두루 경험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살아 생명력 넘치는 역동성을 만들고 세계와 경쟁하는 전투의 최전방을 맡고 있다.
모 대기업은 인재가 창업을 하면 소송을 걸어서라도 그 인재가 가진 기술을 밖에서는 사용하거나 발전시키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시대적 접근이다. 실리콘밸리 대기업은 인재가 기존에 하던 기술로 창업하면 투자도 해주고 격려하고 그 제품을 써주면서 도와준다. 그리고 하려던 목표가 입증되면 창업한 지 6개월, 1년 사이에 수백억 원을 주고 다시 회사를 인수한다. 회사 안에서 했으면 그런 속도로 그런 창의성을 담지 못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인재의 창업을 리스크로 보지 않고 회사 내에서 못하는 기술을 빠르게 구현할 기회로 본다. 스타트업으로 검증된 기술과 인재가 수백억, 수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는 눈이 있다.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세계 경제의 대격변을 만들 AI 시대의 초입에서 한국 경제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최전방 전선에 스타트업을 세워야 한다. 업스테이지 같은 한국 스타트업이 오픈AI와 경쟁하고 이길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이 같은 AI 스타트업이 여럿 있고 세계에서 경쟁할 최전방의 위치에 있다. 이들의 뒷배가 되는 대기업 혹은 투자자가 어쩌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미국 오픈AI도 MS가 제품을 써주고 12조원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뒷배가 되었다. 그리고 구시대 산물로 치부되던 MS가 지금 주식 시장에서 역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융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스타트업 전사를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대기업, 학교, 스타트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팀을 만들고 깨어지고 또 만드는 핵분열과 융합의 장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가 한국 경제라는 엔진을 앞으로 100년간 달리게 만드는 핵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시리즈 끝>
[황순민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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