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흔드는 ‘용산 공천’과 ‘옥중 공천’ …총선 최대 리스크 되나
野, 친명 ‘이재명 지키기’ 속 계파 간 공천 갈등 본격화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8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親)윤석열계 단일대오 기류 속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의 리더십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양당 안팎에선 '용산 공천'과 '옥중 공천'에 대한 반감이 내년 총선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용산 그림자, 당내 불안감 키워"
오는 24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현재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는 36곳에 대한 인선을 일부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조강특위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수 당협을 비워둘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출마 가능성이 있는 용산발(發) 낙하산 인사들을 위해 일부 인선을 보류하는 것이란 얘기다.
대표적으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경기 분당을을 비롯해, 전희경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 출마설이 도는 경기 의정부갑,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저울질 중인 서울 마포갑 등을 공석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이 공천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다는 조짐은 최근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강승규 수석이 지난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실 입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새어나왔다. 내년 총선에서도 전당대회 때처럼 충분히 개입하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는 21일 취재진에 "당무 개입을 하려는 대통령실의 그림자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작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체감이 들었다"며 "강승규 수석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당 안팎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확 퍼진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도 공천에 대한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사실상 당에 쓴 소리를 하는 인사들을 향해 공천 경고장을 던진 거란 해석이 잇따랐다. 이 사무총장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당을 모욕하는 걸 박수쳐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이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겨 2016년 이른바 '진박감별' 사태를 재현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시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청와대 개입 논란에 휩싸여 선거에 참패한 바 있다. 특히 이 같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민심에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李 옥중 공천, 가능성 낮지만 실현되면 당 분열 최악"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 가능성이 커지면서 '플랜B'를 두고 계파 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명계에서 이 대표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돌입을 주장하는 가운데, 친명계에선 여전히 '이재명 지키기'를 외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내 잡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 본인이 명확하게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을 해 당과 의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명계에선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닌 만큼 아예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전날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 대회에서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하는 간악한 짓을 보고 걱정이 되지 않나. 간단히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며 "(체포동의안)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뽑아준 당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구속되더라도 옥중에서 대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비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경우 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비명계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의 옥중 공천 가능성은 현재로서 그리 높진 않다"면서도 "혹 정말 옥중에서도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하려 고집한다면 당은 사실상 쪼개지는 수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민심은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당 스스로 국민의힘에 승리를 '헌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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