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문진 이사장도 해임…여권, 공영방송 장악 가속
‘여권 우위’ 이사회, 사장교체 가능성…언론단체 “방송독립 위해 싸울 것”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한국방송(KBS) 이사 자리에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뒤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도를 여권 다수로 바꿔 공영방송 사장들의 교체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전·현직 공영방송 이사들과 언론 관련 단체들은 이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이날 문화방송과 관계사 경영 및 문화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권 이사장을 해임했다. 또 지난 14일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 해임으로 공석이 된 상임이사 몫으로 황 교수를 추천했다. 보수 언론학자로 분류되는 황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여권 추천으로 한국방송 이사를 지냈으며, 최근까지도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오는 23일 종료됨에 따라 이날 전체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5기 방통위는, 지난 5월30일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 이후 석달도 안 돼 한국방송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공영방송(KBS·MBC·EBS) 이사(장) 4명 해임, 이사 3명 임명(제청)을 강행했다. 방문진 이사 1명은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한 방통위는 방송·통신 내용을 심의·규제하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대한 한달간의 강도 높은 회계검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밑동부터 흔드는 한편, 이사회 여야 구도를 뒤집어 사장들을 교체하고 방송 재허가권을 무기로 보도 등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는 터를 닦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와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온갖 위법적인 무리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한 위원장을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하자 전례 없는 현직 방통위원장 면직을 재가했다. 지난 3월30일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신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경력에 결격 사유가 있다며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인 정원에 여야 2 대 3이었던 상임위 구도가 2 대 1로 뒤집어졌고, 합의제 운영 원리가 철저히 무시됐다. 이날 전체회의도 야권 추천 김현 위원이 절차의 위법성 등을 들어 불참한 가운데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2명이 안건 처리를 강행했다.
방통위가 해임한 당사자들은 해임 사유도 위법적이라고 주장한다. 권 이사장은 이날 ‘문화방송 임직원께 드리는 글’에서 “9개월이나 끈 감사원 감사도, 제3노조의 청탁에 따라 시작된 방통위의 검사 감독 결과도 기다리지 못한 채 나를 해임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다고 반발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한국방송·방문진(MBC)·교육방송(EBS) 전·현직 이사 31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들의 해임은 위법의 연속”이라며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들 해임 중단·취소 △한국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포기 등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전·현직 언론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 9곳은 공동으로 ‘투쟁 결의문’을 내어 “김효재·이상인 두 방통위원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고 역사적으로 단죄하고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말살 시도를 분쇄하기 위해 결사 투쟁할 것”이라며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공고히 하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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