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HMM 인수전, 동원·하림·LX·하파크 ‘4파전’ 압축
하림-JKL과 컨소시엄 구축
인수의지 드러냈던 SM은 불참
[헤럴드경제=김상훈·심아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대어로 꼽히는 HMM 매각의 첫 단추인 예비입찰이 마감된 결과, 기존에 HMM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 중견그룹들이 대다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해운사 하파크로이트(Hapag-Lloyd AG)가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일찌감치 인수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던 SM은 이날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앞으로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달 20일 한국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공식화했으며 주관 업무는 삼성증권이 맡고 있다.
매각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HMM 인수의지를 보였던 동원산업은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인수 자문사로 삼정KPMG를 낙점했으며 인수금융 조달 등을 위해 계열 분리된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역량을 활용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6318억원으로 외부에서 HMM 인수대금을 마련할 개연성이 크다.
동원산업은 HMM을 품게 되면 종합 물류 밸류체인 완성에 다가선다. 계열사인 동원로엑스(육상 물류),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항만)에 HMM의 해상 운송망을 더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LX인터내셔널도 HMM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동원산업과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예상됐으나 LX인터내셔널은 마감 직전에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1조2714억원으로 자체 유동성은 비교 우위 요소로 꼽힌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하림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림은 벌크선 위주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컨테이너선이 중심인 HMM을 인수할 경우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된다. 하림은 1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으로, HMM의 인수 자금 중 상당부분을 JKL파트너스가 채워주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JKL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독일 최대이자 전 세계 다섯 번째로 큰 해운사 하팍로이드도 이날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하팍로이드는 현재 18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상당 운송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82만TEU 수준인 HMM을 인수하면 MSC, 머스크에 이어 세계 3위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HMM 인수 의지를 내비쳤던 SM은 이날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희망가를 4조5000억원으로 못박아둔 상태였다.
다만 우 회장은 당시 “영구채 전환 물량이 매각 대상으로 나올 경우 HMM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조6800억원에 달하는 HMM의 미상환 영구채 인수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했던 만큼 1조원 가량의 영구채가 포함된 이번 거래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매각대상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지분 3억9900만주가 거래 대상이다. 지분으로 환산하면 약 38.9%(영구채 포함 희석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날 HMM 종가 1만7990원을 적용한 시장가치는 3조576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1조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새로 발행될 주식 2억주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HMM 매각가는 5조원대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도자와 원매자 간 협상의 핵심은 HMM 미상환 영구채 1조6800억원의 처리 방법이다. 2024~2025년 사이 순차적으로 HMM의 상환권 행사기일이 도래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상환권 행사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을 결정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잔여 영구채의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49%에 달하고 있다.
HMM은 2013년 현대상선 시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지배주주가 바뀐 이후 10년 만에 민영화에 나섰다. 새로운 최대주주를 찾아 해운업 패러다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길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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