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일 특별 영상으로 감동 함께 나눈 '바람의나라'
넥슨 '바람의나라' 서비스 1만 일 기념 픽셀 드라마가 화제다.
1996년 국내 최초의 PC MMORPG이자 넥슨 첫 개발작인 바람의나라는 올해로 27년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2005년 최고 동시접속자 수 13만 명, 2021년 누적 가입자 수 2600만 명 등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이름을 올렸다.
바람의나라 개발진은 지난 7월 6~12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바람의나라 관련 사연을 모집했다. 이용자들은 수많은 사연을 전했다. 개발진은 정성스레 작성한 사연들 중 1등으로 선정된 '레드막주작호' 유저의 사연을 픽셀 드라마 '바람기억'으로 제작한 후 지난 17일 공개했다.
영상 시작부터 과거 바람의나라 오리지널 그래픽 풍경과 캐릭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연자는 "내가 처음 바람의나라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봄날이었다"라는 대사와 함께 포효검황을 사용하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 망토, 주술갑옷, 금남자갑옷 등 각종 의상들을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축구공이 있는 모습으로 2002 한일 월드컵 시즌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에도 게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미뤄보아 바람의나라 신버전 그래픽 개편 업데이트가 적용된 시기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사연자는 직업을 선택하고 육성하는 일대기를 공유했다. 그는 몬스터에게 맞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주술사를 선택했다. 화염주를 사용하며 토끼와 다람쥐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도 과거 바람의나라를 즐겼던 시간이 떠올랐다.
다만 당시 주술사는 유일하게 6레벨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주술사가 되자마자 쥐굴에서 사냥하곤 했다. 영상에서는 영혼마령봉을 들고 토끼와 다람쥐를 화염주로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소한 디테일이 아쉬웠다.
사연자는 초창기 혼자 다녔다. 주술사니까 가능한 행동이다. 물론 초반부에는 전사, 도적도 웅담 등을 먹으며 혼자 사냥할 순 있다. 하지만 도사와 함께 사냥하지 않으면 정말 피곤하다. 그마저도 자호굴 정도까지만 허용됐다. 사마귀굴, 전갈굴에서는 몬스터들이 강력해서 거의 불가능했다. 기자는 당시 전사를 육성했는데 63레벨 건곤대나이까지 너무나도 힘들었다.
저주, 중독, 마비 3단 디버프 콤보 사용 장면에서는 과거 주술사들을 보며 부러웠던 기억도 떠올랐다. "근데 마비 저렇게 하나씩 걸면 어느 세월에 경험치 올려" 사냥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이 대사가 흘러나왔다. 친구 주술사로 비슷하게 사냥하다가 혼났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80레벨을 달성한 사연자는 다른 주술사 이용자와 환상의 섬에서 파티를 맺어 사냥했다. 기자는 사마귀굴 이후 해골굴, 도깨비굴, 흉가 순서로 사냥터를 이용해서 환상의 섬은 생소한 지역이었다. 환상의 섬은 북방, 일본, 용궁, 중국 이후 2003년 출시된 지역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장면에선 캐릭터가 사망하자 아이템이 지면에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봐도 저 장면은 아찔하다. 기자의 문파원이 사망해 진귀한 아이템인 해골갑옷을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기자도 99레벨에 용왕의 반지 1짝을 내려놓고 위에서 춤추다가 누군가에게 소환인지, 초혼비무인지 어떤 기술로 참교육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99레벨에는 해당 기술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멍청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역시나 사연자도 시체 위 아이템에 누군가가 올라가는 상황을 걱정했다. 다행히 지인들이 도와줘서 아이템을 무사히 되찾은 모습을 보며 괜히 안도했다. 이때 천풍선, 심판의 낫, 정화의 방패, 여명의 방패 등 추억의 아이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연자는 이후 폭풍 성장을 이뤄냈다. 비밀 세작의 집에서 폭류유성을 시전하는 늠름한 모습도 보여줬다. 세작 사냥을 하면서 왜 장비가 영혼마령봉, 금도포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다행히 승급 이후에는 장비가 발전했다. 천풍선, 정화의 방패에 이어 용무기, 3차 승급 옷까지 착용하며 고인물로 성장한 것이다.
사연자는 "바람의나라와 일상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바람의나라가 구버전에서 신버전으로 그래픽을 개편한 것이다. 당시 유저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나뉘었다. 오랜 시간 구버전이 익숙한 탓인지 신버전과 병행 가능한 시기에도 구버전 클라이언트로 즐기는 유저 비중이 오히려 많았다.
바람의나라가 변하는 만큼 사연자도 학생에서 성인이 되어 이제 가정을 이룬 상태다. 현실 생활에 집중하니까 바람의나라와도 서서히 멀어졌다. 게임 기자를 하지 않았다면 비슷하게 살아왔을 것 같아 동질감이 느껴졌다.
사연자는 2020년 다시 바람의나라에 접속했다. 그래픽 개편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서비스가 오래된 게임이면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레드막주작호 유저는 복귀 이후 꾸준히 바람의나라를 즐기고 있다. 그는 바람의나라를 '안식처'라고 표현했다. 거론하지 않겠지만 기자에게도 비슷한 게임이 있다. 나만의 또 다른 현실. 현실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를 때도 있는 그 세계. 이것이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5분 33초 영상을 감상하니까 잠깐 추억에 사로잡혔다. 그땐 그랬지라는 감동도 넘치지만 27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오는 게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감탄했다. 많은 국내 온라인 게임이 좋은 운영으로 오래 서비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바람의나라 운영진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사연을 보내준 모든 바람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상을 감상한 팬들은 "과거 홍랑 가이드북 쿠폰으로 즐겼던 기억 떠오르네", "호떡, 척 등 다양한 가이드북을 보며 즐겼던 재미가 아직도 남아있다", "구버전 클래식 빨리 보고 싶다", "바람의나라도 라이브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영상도 만들었으니 소통도 하면서 30주년 향해 가자", "BGM 들으니까 저절로 눈물이 나오네" 등 각자의 추억들을 공유하고 바람의나라 운영진에게 응원과 피드백을 남겼다.
- 바람의나라 1만 일 기념 영상 '바람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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