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리니지M’, 저작권 판결 승소···‘유사 리니지’ 게임들에 제동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10억원 지급하라”
게임업계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리니지 게임의 시스템과 수익모델을 베껴온 게임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법원이 엔씨소프트(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사한 소송이 번지기 전에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지난 18일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웹젠이 엔씨에 10억원을 지급하라며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사용하거나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R2M은 2020년 8월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엔씨는 해당 게임이 2017년 6월 선보인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2021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는 “일부 시스템만 차용한 게 아니라, 게임 속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연결 요소까지 따라 했다”고 주장했다. 웹젠은 “리니지M과 기반이 된 리니지의 강화 시스템 등은 1987년에 나온 역할수행게임 넷핵(Nethack)의 규칙을 차용한 것으로, 규칙이 유사하다고 이를 저작권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일단 엔씨의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리니지M의 시스템에 대해 “존재하던 게임 규칙을 변형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고, 부분적으로 독창성과 신규성이 있다 해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웹젠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됐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즉 리니지M이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상당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인 만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웹젠은 엔씨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고, 이는 상거래 관행과 경쟁질서에 반하는 무단 사용으로 엔씨 측이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베끼기 관행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웹진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게임업계가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유사방식의 게임이 다수 출시됐다는 사정만으로 엔씨 시스템이 MMORPG 업계에서 보편화된 공유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메인 유저인터페이스(UI)는 물론, ‘아인하사드 시스템’의 경우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량 증가, 1~3단계 등을 차등으로 구성된 방식이나, ‘무게 시스템’에서 각 캐릭터의 소지 가능 최대 무게 설정,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에선 획득한 아이템을 수집해서 능력치를 강화하는 시스템 등을 기본적으로 따라했다는 주장이다.
엔씨는 “기업의 자산인 지적재산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만 청구한 상태로, 항소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웹젠도 “엔씨가 제기한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한 것으로,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에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저작권을 둘러싼 게임업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올해 4월 카카오게임즈와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리니지M의 후속작인 ‘리니지M2’를 표절했다는 소송도 제기했다. 넥슨도 신생 개발사인 아이언메이스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가 범람하는 업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류 게임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와 유사한 분쟁이 확산될 수 있어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게임 구성 요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는 “게임업계 분쟁은 산업·국가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는 만큼 표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