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대표가 말하는 네이버의 AI 자신감 '셋'
검색·모바일·이커머스 전환기 역량 쌓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인공지능(AI)이 자사 경쟁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글로벌 AI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란 자신감을 내보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등 미국과 중국 빅테크의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자사를 비교하면서 내놓은 자신감이다. 그동안 네이버가 검색, 모바일, 이커머스 등 인터넷·모바일 시장의 굵직한 전환기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실력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색·모바일·이커머스 전환기…이겨냈어 네이버는
최 대표는 21일 주주서한을 통해 "네이버는 지난 세 차례의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네이버만의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를 확보해왔고, 이제 네이버는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완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가 언급한 세 차례의 전환기는 △검색(1999년~) △모바일(2007~) △이커머스 vs. 소셜(2014년~) 등이다.
후발주자였던 검색 시장에선 야후, 다음,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엠파스, 구글을 상대하면서 △지역 특성화 △검색 의도에 집중 △커뮤니티와 사용자 생성 콘텐츠 내재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주요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전환기에선 사용자 니즈에 집중하는 한편 △지역 △개인화 웹 환경 △소셜 △인포테인먼트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면서 2010년까지 모바일 앱 13개와 모바일 서비스 20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휩쓴 시기에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일본의 주요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만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인정 받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네이버는 검색 기술과 높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열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해 성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색 기술을 활용한 가격 비교 서비스뿐 아니라, 판매자들이 쉽게 온라인 샵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스토어', 구매·정산까지 편리하게 완결할 수 있는 결제(네이버 페이) 서비스를 구축한 점이 주효했다.
AI는 네이버 서비스의 '중추'
최 대표가 판단하는 '현재의 전환기'는 AI다. 그는 "AI가 이미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활용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스마트 블록' 검색 기능부터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쇼핑 추천 기능에 이르기까지 네이버 핵심 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네이버 사용자의 80% 이상이 네이버 쇼핑 내 AI 기반 엔진이 추천한 상품을 산 경험이 있고, 이는 올해 6월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13%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대규모 투자도 집행됐다. 최 대표는 "최근 3~4년간 AI에 대한 네이버의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며 "기초 연구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연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21년에는 1000억개 이상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자 한국어를 중점적으로 학습한 최초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의 첫 번째 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이 최 대표는 "네이버는 생성형 AI가 우리의 핵심 역량을 더욱 확장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라 확신하고 있다"며 향후 AI 사업 전략도 소개했다. 기반 기술, 검색, 핵심 애플리케이션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략이다.
서비스 지속 고도화…경쟁력 공고히
최 대표는 "네이버는 모든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활용한 핵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서비스와 앱을 살펴보면, '큐'(Cue:)는 네이버의 차세대 생성형 AI 검색 경험으로, 네이버의 메인 검색 서비스에 내재화할 계획이다. '클로바X'는 외부 서비스와의 원활한 연동을 통해 확장 가능한 네이버의 대화형 AI 서비스로 기능할 전망이다.
'스킬'은 하이퍼클로바X의 최신성, 전문성, 정확성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네이버 내부 또는 외부 타사 앱들을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연결·구동할 수 있도록 돕는 네이버의 플러그인(plug-in) 역할을 한다.
아울러 '생산성 향상'은 AI가 가장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라고 최 대표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판매자, 창작자, 인플루언서를 위한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생성형 AI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코딩과 디자인을 위한 외부용 엔터프라이즈 솔루션도 개발해 다양한 주체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커넥트X'는 기업의 내부 데이터와 자료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이메일 작성, 광범위한 협업 작업 등을 돕는 기업용 플랫폼으로, '클로바 포 라이팅'(CLOVA for Writing)은 네이버의 콘텐츠 제작 툴 '스마트에디터'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창작자를 위한 차세대 AI 글쓰기 도구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에도 나선다. 최 대표는 "많은 기업이 막대한 비용, 보안, 사내 리소스 등의 제약으로 인해 자체적인 AI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클로바 스튜디오, 뉴로클라우드 등 네이버의의 솔루션 라인업은 적은 샘플 데이터로도 쉽게 연동 가능토록 해 파트너사의 구체적 니즈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생성형 AI 기반의 검색, 마케팅, 쇼핑 경험이 사용자와 광고주에게 제공하게 될 잠재적 가치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은 네이버 플랫폼만의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에 맞춰 학습됐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경쟁력, 고품질의 개인화 데이터
특히 최 대표는 "네이버는 검색, 지도, 로컬 리뷰, 콘텐츠 소비, 여행 예약, 결제 등 그 어느 경쟁 플랫폼도 보유하지 못한 고품질의 광범위한 개인화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네이버의 AI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네이버 그동안 검색과 모바일, 이커머스 전환기에서 쌓은 역량들이 AI 시장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구글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선보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자사와 비교하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에 따르면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모델의 매개변수(파라미터)는 2040억개로 구글 알파벳의 팜(PaLM) 5400억개에 미치진 못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GPT-3(1750억개), 바이두 웬신(Wenxin, 2600억개), 아마존 알렉사(Alexa TM, 200억개), 메타 라마(650억개)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췄다.
최 대표는 "지난 24년 동안 네이버는 다차원적인 데이터를 끊임없이 축적해왔다"며 "하이퍼클로바X와 이러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결합해 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초거대 사용자 행동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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