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 "CT방사선 피폭 두려워요"
■클라리파이-유방암환우회 공동 설문조사
■“의료방사선 걱정...안전 대책 필요” 78%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쓰이는 의료방사선에 대한 암 환자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방사선 노출이 가장 큰 CT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는 암 환자들은 의료방사선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이 의료기관의 의료방사선 사용 정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방사선의 안전강화를 위한 보다 실효적인 국가 및 정부 차원의 규제와 지원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AI의료영상 기업 클라리파이가 최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유방암환우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방사선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선 응답자의 78%가 “의료방사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금년 6월 2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의료방사선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정도인 51.2%가 “의료방사선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보다 상당히 높은 결과이다.
■속으로 걱정…적극적 표출 비율 낮아
152명의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에서 ‘CT검사 시 의료방사선에 대한 우려를 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표출한 환자’는 절반정도인 48%에 불과했다. 그 사유로는 ‘의료기관을 신뢰하여 말하지 하지 않는 경우’가 4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환자의 우려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은 경우’도 36%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암환자들이 의료방사선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지만 자신의 우려를 표현하는 데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인 96%의 응답자들은 ‘의료기관별 의료방사선 사용 정도를 공개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일반인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의 대국민 의료방사선 인식조사에서도 79.2%의 응답자가 ‘의료방사선 검사가 끝나면 내가 받은 방사선량에 대해 알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한 74.3%의 응답자가 ‘의료방사선 검사의 방사선량을 안다면 검사를 신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안전한 CT검사 위해 추가 비용 지불”
선량저감 CT검사에 대한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방사선을 현격하게 낮추어 CT검사를 수행하는 병원이 있다면 87%의 응답자가 해당 병원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66%의 응답자는 의료방사선 노출을 현격하게 낮추는 CT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개인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부담 비용에 대한 질문에는 10만원 이상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6%나 됐다.
의료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해 설문에 참여한 93%의 응답자들이 ‘국가 차원의 규제와 지원제도를 도입하여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방사선에 대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73%의 응답자는 이러한 규제와 지원을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질병관리청의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규제와 제도를 통해 의료방사선의 통제가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률 64.3% 보다 높게 나타난 결과이다. 이는 암 환자들이 일반 국민보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시급히 이루어질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심평원, 영상검사 선량 저감 평가 시행
정부에서도 의료방사선의 사용증가에 따른 국민의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에서는 선량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고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를 교육했다. 대한영상의학회와 공동으로 환자 촬영종류별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2020)을 발간한 바 있고, 방사선검사의 진단참고수준(DRL, Diagnostic Reference Level)을 마련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영상검사 적정성 평가’ 절차를 통해 각 의료기관이 선량 저감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 여부를 요양기관의 평가지표로 반영하는 등 안전성 강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대책들을 실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영상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의료방사선에 대한 환자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피폭저감화에 기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선진국들은 의료방사선 사용량을 저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하여 의료기관별 방사선량 최적 사용에 대한 세부평가 시스템의 구축, 방사선량 저감 병원에 인센티브 제공, 방사선량 저감 선도 의료기관들의 정보 공개로 환자선택권 제공, 방사선량 저감 기술의 보급 활용에 대한 지원 등 의료방사선 안전성 강화를 위한 보다 실효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방사선 저감 시행 인센티브 제공
실제로 미국 보험청(CMS)에서는 가치기반 성과지불제도(MIPS)의 품질평가 항목에 CT선량 저감 기술의 적용 여부와 선량기록의 제출 등 의료방사선 저감 관련 항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 기록의 적합도에 따라 급여의 삭감 또는 증액을 결정한다. 즉 품질관리가 불량한 기관의 급여를 일정액 삭감하여 품질관리가 우수한 기관에게 증액해주는 ‘채찍과 당근’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의료기관들이 자연적으로 의료 방사선의 안전 향상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개편된 CT방사선 품질평가 항목에서는 ‘모든 환자의 CT검사에 대해 선량기준 초과 여부뿐 아니라 화질기준 충족 여부를 제출하게 하여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보험청은 이러한 노력의 효과로 미국 국민의 암을 매년 ‘1만 3000례 이상’ 줄일 수 있으며, 보험 예산 절감도 매년 ’30억 달러 가량’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선량 CT 인공지능 기술, 국내 개발
클라리파이는 딥러닝 초저선량 CT의 성능을 여러 편의 임상논문과 임상현장 활용으로 입증한 바 있다. 다양한 질환에서 이뤄지는 저선량 CT촬영에서 방사선 노출량을 5~20%만 사용해도 동일한 화질성능 획득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 그리고 독일 튜빙겐대학교 병원에서는 각각 클라리파이 기술이 가져오는 선량저감 효과를 여러 질환의 진단에서 확인하는 여러 편의 논문을 <유러피안 래디올로지> 등에 발표했다.
이 원천기술을 사용한 서울대병원의 임상연구 내용이 지난해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2, 11.27~12.1)에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남주강·구진모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기존 저선량 흉부CT 대비 25% 수준의 선량을 사용하는 딥러닝 초저선량CT를 100명의 환자에게 시행하고, 기존 방식의 저선량 흉부CT와 비교하여 이미지 화질과 더불어 흉부 결절의 검출 성능을 평가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저선량 흉부 CT의 평균 선량이 1.17mGy 인데 반해, 초저선량CT의 평균 선량은 0.29mGy 로서 저선량 흉부 대비 4분의 1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3명의 영상의학 전문의가 평가한 이미지 잡음(방사선 영상에서 잡음이란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흐릿하고 잡티가 생기는 것을 말함), 공간 해상도 및 전반적인 이미지 품질 응답치 등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딥러닝 초저선량CT는 선량을 대폭 낮췄음에도 저선량CT 못지않게 판독에 충분한 고품질 영상을 제공해 준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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