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 먼저 사과하라"...與 요구에 정무위 '올스톱'

김성은 기자 2023. 8.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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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22년 회계연도 결산 뿐 아니라 기촉법·예금자보호한도 상향안 등 논의도 줄줄이 '연기'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백혜련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6.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임시회가 시작되면서 주요 상임위원회들이 잇따라 개회하는 가운데 정무위원회(정무위)만 유독 휴업 상태다. 지난달 초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것에 대해 여당이 반발,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개회가 지연되고 있는데 결산 심사는 물론 민생 법안들도 정쟁에 발이 묶여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 정무위 여야 간사는 8월 중 정무위 개회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 민주당에 민주유공자법 처리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향후 민주유공자법을 정무위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정무위 모든 회의 일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는 유신 반대 투쟁, 6월 민주항쟁, 부마 민주항쟁 등에 참여한 인사들도 유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주유공자법이 통과됐다. 당시 여당 측에서는 이 법안이 '운동권 특혜법'이라며 통과에 반대했고 결국 민주당 주도로 안이 통과되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 및 '정무위 의사일정 보이콧'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민주유공자법이 정무위 소위를 통과한 지난달 4일 이후 정무위에서는 약 두 달 동안 어떤 회의도 개최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약 2주간 휴회기를 거쳐 지난 16일부터 임시회를 개최, 주요 상임위들이 줄줄이 전체회의를 열었거나 회의 일정을 잡아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질의하고 법안 심사도 진행중인 것과 대비된다.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개정된 국회법, 일명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매달 2회 이상, 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는 매달 3회 이상 열도록 돼 있다. 단 지키지 않아도 페널티가 없는 탓에 이번 정무위와 같은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문제는 정무위가 2022년 회계연도 소관부처 결산 보고·심사조차 하지 못한 채 정기국회를 맞이할 수 있단 점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회 개회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통상 9월에 열림을 감안하면 이달 말까지 완료해야 되는데 정무위는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상 상임위가 기간 내 결산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결산안은 예결위 회부가 가능하다. 단 결산안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를 '패싱'한 만큼, 지난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심도 깊은 심사는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단 지적들이 나온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산업은행, 국무총리비서실 등 20여개 부처를 소관부처로 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결산안 뿐만 아니라 민생에 영향을 끼칠 중요 법안들이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다. 당장 10월15일 일몰이 예정돼 있어 국회에서 연장안이 논의돼야 한다. 기촉법은 부실기업이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한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현재까지 다섯 번 연장됐다. 산업계에서는 기촉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부실징후의 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또 올해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지켜보며 예금자보호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다수 발의된 상태지만 이 역시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9월 이후 연말까지 정기국회, 국정감사, 예산 심사 등 굵직한 일들을 앞두고 어쨌든 국회가 협업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대치 상황이 오래 가서 좋을 것이 없다"며 "여야 이견이 있고 설령 설전이 오가더라도 일단 회의는 열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현 상황을 비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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