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호차이나, 세금 못내 디폴트 위기…상업용 부동산도 ‘흔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8.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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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징 소호. 웨이보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된 데 이어 지방정부 재정 위기로 확장될 조짐까지 보이며 ‘차이나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그룹 채무불이행(디폴트) 및 미국 파산 신청과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에 이어 유명 부동산 개발회사 소호차이나가 부동산세(稅)도 못 낼 처지에 놓였다. 재정 상당 부분을 부동산세에 의지하는 지방정부까지 휘청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호차이나 부동산세 체납

21일 중국 매체 상관신원(上觀新聞) 등에 따르면 소호차이나는 베이징 한인 밀집 지역 왕징(望京)에 있는 랜드마크 건물 ‘왕징 소호’의 부가가치세 및 연체료 19억8600만 위안(약 3644억 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은행에서 빌린 42억3200만 위안(약 7750억 원)과 이자 1057만6000위안(약 20억 원)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호차이나는 왕징 소호, 싼리툰 소호 등 베이징과 상하이 도심에 랜드마크 건물을 다수 보유한 업체다. 상가와 아파트 등에 주력한 다른 부동산 회사들과 달리 사무용 빌딩에만 집중해 왔다. 팬데믹 여파로 사무실 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주거용에서 시작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상업부동산으로 확대되는 신호라는 분이 나온다.

소호차이나는 일단 중국 세무당국과 구체적인 세금 지불 계획에 합의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보유 부동산 등을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금 납부를 위한 자금 융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공시한 소호차이나 상반기(1~6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93%나 급감했다. 게다가 이번 체납 세금은 1년 전 부과된 것이다. 소호차이나는 지난해 3월 보유 부동산 일부를 시가보다 30% 싸게 판매하는 등 애를 썼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소호차이나가 세금 납부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중국 세무 당국은 부동산 등을 압류해 경매 처분하거나 과태료 등을 추가 부과하게 된다.

● 유동성 확대하며 긴급처방

왕징 소호. 웨이보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세금 체납은 대출 자금에 대한 디폴트를 통한 은행 위기나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불을 지피는 연쇄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세금을 추징해야 하는 지방정부도 진퇴양난이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은 지방정부 세수(稅收)의 5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세금 납부를 유예하면 지난 3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지방정부로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세금 징수 칼을 강력하게 휘두르면 부동산 개발회사를 파산 위기로 몰아 국가적 부동산 위기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

이 같은 딜레마 해소를 위해 중국 당국은 부채 비율이 높은 지방정부 12곳 부채 상환을 위해 총 1조5000억 위안(약 276조 원) 규모 특별금융채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경제 매체 진룽제(金融界)는 20일 톈진, 충칭, 산시, 윈난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올 6월 지방정부 부채를 조사한 결과 12곳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채권 판매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시장에 돈을 풀기로 했다. 21일 중국 중앙은행 런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5년 만기 LPR은 연 4.2%로 종전 금리를 유지했다. 중국에서 LPR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런민은행이 6월에 이어 2개월 만에 1년 만기 LPR 금리를 인하한 것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경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와 부동산 및 금융 업계의 디폴트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LPR 인하율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해 유동성 공급 효과도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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