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김석윤 감독 성공공식 ‘양날의 검’[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8.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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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주말극 ‘힙하게’ 포스터. 사진 JTBC



JTBC 주말극 ‘힙하게’는 하나의 큰 상황극과 같다. 우선 생물의 몸을 만지면 그 개체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투영해 볼 수 있다는 ‘사이코메트리’라는 소재 자체가 판타지에 가깝다. 그리고 무진시라는 설정도 그렇다. 농촌마을이라는 배경설명이 있지만, 선거에 꽤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꽤 큰 경찰서도 있는 등 그 어디에도 있지 않을 것 같은 장소다.

이러한 설정은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작가가 의도한 코미디를 펼쳐놓기 좋은 배경을 제공한다. 김석윤 감독은 알다시피 KBS 예능국 출신으로 ‘공포의 쿵쿵따’ ‘캠퍼스 영상가요’ ‘개그콘서트’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장본인이었다. 시트콤 역시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을 만들었다.

JTBC 주말극 ‘힙하게’의 한 장면. 사진 JTBC



JTBC로 이적한 이후에는 ‘송곳’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눈이 부시게’ 등의 작품을 히트시켰다. 더불어 영화감독으로도 도전해 김명민, 오달수의 코믹 호흡이 돋보이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흥행시켰다.

그의 코미디는 소재는 다 다르지만, 어느 정도의 공식은 있다. 일단 초반에는 쉴 새 없이 웃겨주는 것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기 전 김민(김명민)과 한서필(오달수)가 갖은 소동을 벌이는 코미디가 우선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역시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김혜자(한지민)가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오해하는 사람들과 벌이는 코미디가 우선이다.

JTBC 주말극 ‘힙하게’의 한 장면. 사진 JTBC



‘힙하게’ 역시 그렇다. 초반에는 아예 대놓고 웃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엉덩이를 만져야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발동되는 봉예분(한지민)의 상황, 이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문장열(이민기)과의 주종관계뿐 아니라 주민경, 김희원, 박혁권, 박성연, 정이랑, 박노식, 김용명 등으로 이어지는 조연진은 ‘웃기겠다’는 극 자체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진행되던 김석윤 감독의 작품은 그 안에 숨겨놓은 무거운 진실로 나아가는 특징이 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사건의 추악한 진실 앞에 진지해지는 김민을 통해 정통추리물로서 나아가고, ‘눈이 부시게’ 역시 시간조절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김혜자(한지민, 김혜자)의 능력은 사실 알츠하이머를 앓은 스스로의 착각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울림을 준다.

JTBC 주말극 ‘힙하게’의 한 장면. 사진 JTBC



‘힙하게’ 역시 그렇다. 지난 20일 방송된 4회에서는 본격적인 무진시 연쇄살인의 징후가 드러나며 극의 톤이 코미디와 스릴러로 양분됐는데, 이미 김석윤 감독은 “이후 드라마는 굉장히 무서워질 것”이라며 톤의 변화를 예고하곤 했다. 김석윤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 특유의 방식을 통해 성공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 스스로가 완벽하게 짜놓은 상황과 웃음에만 몰두하는 방식이 반복을 통한 신선함 감소의 우려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대중적인 공감을 놓쳤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엉덩이를 만지는 설정인데, ‘하자가 있는 사이코메트리’를 의도한 부분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런 방식이 구시대적이고, 작위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또한 김 감독 스스로도 시대적으로 이런 설정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자신의 성공공식에 대중과의 공감을 꼭 넣어야 한다는 교훈도 이번 작품의 초반 논란은 주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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