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 줄인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방류가 시작되면 10명 중 9명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별 수산물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이 같은 수산물 소비 감소 문제와 관련 "수산물 안전 관리 문제가 없도록 방사능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소비활성화 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례로 전통시장에서 수산물에 대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가능하게 한 것도 그 일환"이라며 "만일 방류가 현실화되면 더욱 방사능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자세한 검사를 통해 안전하게 국민들이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국민 정서법상 수산물 안전에 대한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시민모임이 2021년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이후 수산물 안전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해 자체 연구용역 결과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제주수산물 소비지 지출은 연간 4483억원 줄고 제주관광 소비지출도 연평균 약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21년 4월 13일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 이후 일본산 수산물 국내 유통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국내산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방류가 예상되는 올해 들어서는 수산업계를 중심으로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피해 우려도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실제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의 박준모 연구원은 올해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라는 토론회에서 발표에서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부산감천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본산 명태와 갈치는 각각 94.2%, 97.2% 거래 줄었고 노량진수산에서도 3개월 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 량은 12.4% 감소했다"며 "2013년 원전오염수 누출 때도 국내 전통시장에서는 약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도 각각 20%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수산물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어업 외에도 수산물 가공·유통 및 판매업의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일선 수산업협동조합의 경우 조합 수입 중 수산물 위판 수익과 이용·가공 수익 등의 비중이 53% 차지하고 있는데 수산물 소비 감소가 현실화되면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산물과 같은 식품은 소비에 있어서 다른 육류 등 식품과의 대체효과가 강하므로 다른 육류 식품으로의 소비대체효과가 발생할 경우 다른 식품의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해수부도 후쿠시마현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수산물 방사성 물질 검사 및 우리 해역 방사능 모니터링 강화, 농수산물 원산지
단속 및 이력추적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수산업과 관련 산업, 연안지역 경제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대책에 필요한 실질적인 입법적 조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가 올해 369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수산물 비축, 민간수매지원, 판로확보 및 소비활성화 등에 약 2904억 원을 배정했고 나머지는 기존 방사능 모니터링 및 원산지표시제 실시 등의 예산만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 입법조사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어업인 등 수산업 피해뿐만 아니라 수산업 전후방 연관산업, 관광분야, 지역경제까지 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 등 관련 산업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수산물 소비 위축에 따른 수산업(어업, 양식어업), 수산물 유통·가공·판매 등 관련 산업 피해보전, 수산물 정부 비축 및 수매 등의 지원에 필요한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어업재해대책법'의 농어업재해에 방사능 오염 사고와 같은 재난을 사회적 재해 개념을 적용해 법률에 따라 피해 지원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재해에 포함될 경우 어가(漁家)를 포함한 어업경영체에 대해 영어자금 및 수산정책자금 지원,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학자금 등의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방류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수산물 소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다양한 대책은 현재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을 더욱 촘촘히 관리하면서 소비 활성화를 이어가는 게 더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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