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vs 중·러 … 신냉전과 중국의 섣부른 낙관론 [마켓톡톡]
신냉전 경제학 1편
中, 일대일로 등 낙관론 빠져
한미일+대만 ‘칩4’에 말려들어
중국 경제 해법 찾을 수 있을까
#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신냉전 체제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칩4 동맹(미국·일본·한국·대만)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칩4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러시아와의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비 확장과 전략물자 통제가 핵심인 신냉전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그 1편, 벼랑에 몰린 중국이다.
냉전의 시작은 이념 문제였을지 몰라도 그 끝은 경제 문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트루먼 독트린'이 발표됐다.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47년 의회에서 공산주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정책 원칙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냉전의 시작으로 잡는다.
미국은 군비경쟁을 통해서 소련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렸다. 소련은 1970년대까지 석유 등 천연자원 판매대금으로 대항해 미국에 타격을 줬지만, 1980년대 들어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침체에 빠졌다.
냉전은 소련이 1991년 경제 실패로 붕괴하면서 끝났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5년 임명되자 국영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개혁을 밀어붙였다.
소련 경제는 붕괴 직전인 1990년에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하지만 개혁정책이 오히려 붕괴를 부채질했다. 소련의 임금이 오르고, 화폐 공급이 늘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는 소비재가 부족했던 소련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암시장이 판치고 경기침체가 깊어진 끝에 결국 붕괴했다.
중국도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인프라와 대출로 타국을 포섭한다는 '일대일로' 계획을 발표했고, 리커창 전 총리는 2015년 제조업 수준을 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중국형 기술 표준을 일대일로 경로를 따라서 퍼트리는 '중국 표준 2035'을 내놨다. 중국 정책의 핵심은 '개발도상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세계은행은 2006년 '개발도상국의 함정(중진국 함정)' 관련 보고서를 냈다. 개발도상국의 함정은 저소득국가(후진국)에서 고소득국가(선진국)로 올라가지 못하고 성장동력을 잃는 것을 말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간 나라로 한국·대만 등을 꼽았다.
미국 공군 산하 군사대학인 공군대학의 윌리엄 버터필드 교수는 2022년 8월 '개발도상국을 위한 신냉전?' 보고서에서 "중국 지도부는 경제발전으로 인한 생활 수준의 향상을 정당성의 원천으로 간주한다"며 "공산당 일당 체제를 지속하려면 '개발도상국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냉전 시대가 시작된 것은 중국 정부의 낙관론이 작용한 결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세계가 지난 100년간 전례가 없는 격동의 시기에 있지만, 시간과 형세는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첸위신 중국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소장은 "동양의 상승과 서양의 하락은 시대의 흐름이고, 국제 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일대일로''중국 제조 2025'의 성공을 자신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중국의 편이 아니었다. 중국의 국가경쟁력은 하락 국면에 직면했다. 중국의 노동인구가 줄고, 임금은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 미국은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과 미국 주도 금융망에서 제외하면서 치명타를 입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해 큰 빚을 졌던 스리랑카, 잠비아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중국이 투입한 막대한 자금은 소멸했다. 중국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썼던 정책들이 오히려 달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준 셈이 됐다.
그렇다면 미국은 신냉전 시대에서 어떤 이득을 누릴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신냉전 경제학 두번째 편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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