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서 ‘커피전문가’ ‘패션연출가’가 되고 싶어요”

한겨레 2023. 8.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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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연재 ㅣ 쉬운 우리말 쓰기
한국잡월드 진로설계관 속 우리말 6
인터넷 용어 익숙하지만
순화어 알면 뜻 명확해져
처음엔 낯선 표현이지만
사용자 늘도록 관리 중요
셀프 카운슬러 검사 접촉화면에 ‘카드를 태그하세요’라고 표현했는데 ‘가져다 대기, 갖다 대기’라는 순화어로 쓸 수 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꿈을 정확하게 그리지 못한 채 영어와 수학, 그리고 내신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게 지금의 현실이다. 자신의 미래를 분명하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공부에만 열중하기보다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적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재능 및 흥미 검사를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첫 여름방학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로 북적인 한국잡월드를 방문해 이용 시설이나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이 있는지 살펴봤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신나고 설레는 표정으로 곳곳에서 체험하고 즐기며 배우고 있었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 전시·체험관으로 2012년 문을 열었다. 진로설계관과 어린이체험관, 청소년체험관, 숙련기술체험관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진로설계관에서 실시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린이·청소년체험관에서 적성에 맞춰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쉬운우리말사전에서는 마에스트로의 경우 명장이나 장인으로 쓸 것을 권장한다.

‘태그’ 대신 ‘가져다 대기’로

2층에 자리한 진로설계관부터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직업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로설계관에서는 △어휘 아나운서 △사칙연산 수학자 △공간설계사 △운동 트레이너 △도전 마에스트로 △자연박사 △리더십 컨설턴트 △셀프 카운슬러 등 여덟 가지 ‘재능 스펙트럼’과 △흥미 동서남북 △흥미 별자리 △흥미 연못 등 세 가지 ‘흥미 퀘스트’를 체험하며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어울리는 직업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사칙연산 수학자’에서 사칙연산이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이용하여 하는 셈’을 말한다. ‘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을 수학자라고 하는 만큼 중복 표현이므로 사칙연산을 붙이지 않아도 좋았을 것 같다. ‘도전 마에스트로’의 경우 마에스트로는 본디 음악의 거장, 대가에게 붙이는 이름으로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데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서 국민 평균 이해도는 45%, 70살 이상 평균 이해도는 20%에 불과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명장, 장인’으로 순화해 쓸 것을 권장했다. ‘리더십 컨설턴트’나 ‘셀프 카운슬러’ 역시 마찬가지다. 리더십 컨설턴트는 ‘대인관계 지능 상담사’, 셀프 카운슬러는 ‘자기이해 지능 상담사’라고 하면 자연스러울 듯하다

셀프 카운슬러 검사 접촉화면(터치스크린) 앞으로 가니 ‘카드를 태그하세요’라는 표현이 보였다.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태그를 ‘가져다 대기, 갖다 대기’라는 순화어로 쓸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인터넷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미 편하게 쓰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순화어를 함께 알아두면 그 뜻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체험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장소인 만큼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머천다이저’는 ‘상품 기획가’로

재능 스펙트럼과 흥미 퀘스트 체험을 모두 마치면 결과지를 바로 출력해 받아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 결과지에는 재능·흥미 유형별로 다양한 직업군이 소개돼 있다. 이 가운데 △머천다이저(MD) △바리스타 △패션 스타일리스트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은 모두 외래어 표기에 맞춰 적은 말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머천다이저는 상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일련의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상품 기획가’로, 바리스타는 커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로 ‘커피전문가’로 순화해 쓸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란 ‘옷, 실내 장식 따위의 디자이너’ 혹은 ‘멋을 중시하는 사람’ 등을 뜻하는 외래어로 주로 직업과 관련해 사용된다. 국립국어원은 스타일리스트(패션 스타일리스트)를 다듬은 우리말로 ‘맵시가꿈이’를 추천했다. 쉬운 우리말 사전에선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요리예술사’라는 말로 바꿔 썼다.

서은아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는 “스타일리스트의 순화어 ‘맵시가꿈이’는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사용했을 만큼 알려졌지만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패션연출가’나 ‘의상연출가’로 바꿔 쓸 것을 권장한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순화어 ‘요리예술사’도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요리연출가’나 ‘음식연출가’로 바꿔 쓸 수 있다”며 “순화어는 잘 만드는 것보다 잘 쓰는지 살펴, 더 잘 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로설계관을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면 이제 자신감을 갖고 구체적인 직업을 체험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다음 회에는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슬기롭게 자신의 꿈을 체험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체험관의 시설이나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은 없는지 살펴본다.

글·사진 나윤정 객원기자

감수: 서은아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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