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닮은 커피값?…원가·세금 내려도 아메리카노 값 그대로

윤정식 기자 2023. 8. 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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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원가나 세금이 내려도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기름값 얘기가 아닙니다.

직장인들이 물보다 더 많이 마신다는 '커피' 이야기입니다.

최근 커피 원가가 내렸는데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는 것입니다.

정부, 원둣값 오르자 면세 대책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해입니다.

전 세계를 덮친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커피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가치세(10%)를 면제 중이다. 〈자료= JTBC 뉴스룸〉
당시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일제히 가격을 올렸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커피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주고 있는 중입니다.

같은 해 8월부터는 할당 관세(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 적용)도 0%로 적용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물가 전반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입니다.

면세·원가도 내리는데 가격은 올라



하지만 지난해 걱정과 달리 국제 원두 가격은 올해 초부터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찾아봤습니다.

커피 원두(생두) 수입 가격은 지난해 7월 톤당 5472달러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1년이 지난 올해 6월에는 톤당 4323달러로 21% 내렸습니다.

국제 원두(생두) 가격은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 크게 올랐다가 최근 다시 안정화 됐다. 〈자료= JTBC 뉴스룸〉

정부의 면세 정책에 국제 가격까지 내렸으니 이제 소매 가격도 내려갈 만합니다.

그런데 한 번 오른 커피 가격은 내려갈 조짐이 안 보입니다.

"원두 빼고 다 비싸져 커피값 올려"



오히려 일부 업체는 가격을 올리는 중입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과 '컴포즈커피'는 최근 일부 메뉴의 가격을 200~500원 올렸습니다.

일부 개인 커피전문점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 중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원두를 제외한 나머지, 크게는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 같은 운영비부터 일회용 컵, 설탕, 우유, 빨대, 휴지 등 소모품까지 모두 너무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커피전문점 가격 인상은 사실상 원두 가격 외 다른 요인들이 더 컸다는 설명입니다.

커피전문점은 일회용 컵, 설탕, 우유, 빨대, 휴지 등 소모품부터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까지 모두 크게 올랐다고 말한다. 〈자료= JTBC 뉴스룸〉

커피 수입 업자는 물류비·환율도 걱정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정부의 면세 혜택은 수입업자에게만 돌아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원두 도매업자들이 싸게 수입해 커피전문점에 여전히 비싸게 팔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것도 사실인지 알아봤습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수입하는 도매업자 B 씨에게 물어봤습니다.

B 씨는 "국제 원두 가격이 내려간 건 맞지만 코로나 때 오른 물류비가 내린 원두 가격보다도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환율도 커피 수입엔 영향을 줍니다.

원두 거래 가격이 내려가도 '달러'로 내려갔기 때문에 수입업자는 '원화'로 환전해 값을 치르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커피 가격 내리는 편의점



커피 시장에 가격으로 도전장을 낸 건 편의점입니다.

커피전문점들과 반대로 제품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내린 겁니다.

CU는 자체 상표(PB) 아메리카노를 오전 특정 시간에 할인 판매합니다.

할인된 가격은 아메리카노 대용량 한 잔이 900원입니다.

저렴한 커피를 찾던 소비자들이 몰렸고 지난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0.3% 늘었습니다.

편의점 입장에선 임대료, 인건비 같은 운영비는 커피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고정비입니다.

커피전문점보다 오히려 커피 가격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여건입니다.

전 세계에서 커피나무가 자라기 적합한 강수량과 온도를 제공하는 커피벨트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료= JTBC 뉴스룸〉

장기적으로는 생산량 줄어 오를 수밖에



커피 가격은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영향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제니퍼 롱 세계커피연구소장은 “강수량과 온도가 적당한 커피벨트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리히 응용과학대학에 따르면,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에서 커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지금도 감소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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