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질로 신호 주며 눈빛교환”…해외서 北공작원 접선한 민노총 전 간부, 재판서 정황 드러나

국보법 위반 혐의 민주노총 간부 4명…공항·관광지 등에서 北공작원 접선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해외 접촉 사실 인정

수원지방법원. 연합뉴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원 ‘민주노총 간첩단’이 해외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선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들은 부채질로 신호를 주고 받는 식으로 은밀히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 조직국장 석모 씨 등 4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며 검찰이 제출한 사진 자료 등을 확인했다. 이날 재판에는 석 씨 등이 해외에서 북한공작원을 접선한 증거를 수집한 국가정보원 직원이 출석했다.

검찰이 제시한 사진에는 석 씨가 지난 2017년 9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공항과 유명 관광지에서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검찰은 이들은 접선 당시 눈빛을 서로 교환하거나 팜플렛이나 부채로 신호를 보내며 접선했다고 주장했다. 공항에서 가져온 캐리어를 든 채 숙소 인근 공원을 걸어다닌 것도 수상한 움직임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를 나눌 수 있다"거나 "부채질을 상호인식 수단으로 보는 것은 너무 원시적"이라며 맞섰다.

석 씨 등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비밀교신 등 간첩 행위를 합법적 노조활동이라 포장하며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은 민주노총 사무실과 석 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분석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는 역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서 압수된 증거 가운데 최다 규모다. 앞서 석 씨 등은 지난 재판에서 검찰 측 주장에 대해 "북한과의 평화를 원하기에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 가능 여부를 놓고 검찰 측과 피고인 간에 공방이 오갔다. 피고인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중도에 선회해 재판내용이 배심원에 공개되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국가보안법 사건 재판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경우 어떤 증거가 확보됐는지 등 중요한 정보를 공범이나 북측에서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허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