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폭풍 84년만 美 남서부 상륙…지진에 물폭탄까지(종합2보)

김성식 기자 2023. 8. 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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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서 강등됐지만 비바람 여전…최대 풍속 95㎞/h에 1년치 강우량 예고
규모 5.1 지진, 피해 보고는 없어…캘리포니아, 남부에 비상사태 선포
20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 ‘힐러리’의 접근으로 폭우가 내린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도로에서 트럭이 물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2023.8.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태평양 연안을 따라 북상한 열대성 폭풍이 84년 만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남단에 상륙해 막대한 양의 비를 뿌리고 있다. 앞으로 1년치 강우량에 맞먹는 '물폭탄'이 예보된 곳도 있는 데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규모 5.1의 지진과 이후 잇딴 여진이 발생해 주민 불안을 가중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20일(현지시간) 저녁 열대성 폭풍 '힐러리'(Hilary)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를 지나 시속 23마일(37㎞)의 빠른 속도로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힐러리의 최대 풍속은 시속 60마일(95㎞)로 앞서 두 번째로 높은 4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됐다가 이날 오전 세력이 꺾이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럼에도 힐러리는 강수량이 적은 미 남서부에 많은 양의 폭우를 뿌려 당국을 긴장하게 했다.

실제로 이날 LA 동부에 위치한 휴앙도시 팜스프링스에서는 한나절 만에 2.6인치(66㎜)의 비가 내렸다. 이는 연 평균 누적 강수량(116㎜)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으로 팜스프링스 역사상 60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전례 없는 폭우에 팜스프링스 도로 곳곳은 물바다로 돌변했다. 팜스프링스 경찰은 CNN에 이날 수중 구출 작전이 최소 3건 이뤄졌다고 밝혔다. 팜스프링스 거주자 션 줄리안(54)은 로이터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많은 나무들이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LA 동부 샌게이브리얼 산악지대에는 토사가 쏟아져 내려와 인근 5개마을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라스베이거스 인근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홍수로 긴급 폐쇄됐다. 8번 고속도로 샌디에이고 인근 구간에서는 도로에 바위가 굴러 떨어져 애리조나 방면으로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20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 ‘힐러리’의 접근한 캘리포니아주 오코틸 도로에 바위가 굴러 내린 모습이 보인다. 2023.8.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캘리포니아 남부 대부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긴급 대피소 5곳을 설치하고 주방위군 병력과 급류 구조대원을 포함, 총 750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NWS는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 북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및 네바다주 남부에서 오는 21일 3~6인치(76~150㎜)의 비가 내리며 곳에 따라서는 최대 10인치(254㎜)에 달하는 강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잭 테일러 NWS 기상예보관은 "미 남서부를 강타한 역대 가장 습한 폭풍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의 총량뿐만 아니라 시간당 내리는 강도도 문제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내려진 홍수 경보는 21일 오전 3시까지 발효된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멕시코 국경 인근부터 캘리포니아주 중부 LA와 인접한 벤투라 카운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매우 이례적으로 열대성 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열대성 폭풍이 상륙한 것은 1939년 이후 처음이다.

NHC는 캘리포니아 연안에 폭풍 해일이 일어 바닷물이 내륙으로 밀려들 것으로 경고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카탈리나섬 주민들에게는 육지 대피 권고가 내려졌으며 샌디에이고는 해변을 임시 폐쇄했다. 샌디에이고항을 사용하는 미 해군도 함정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를 관통한 허리케인 '힐러리'(Hilary)가 열대성 폭풍으로 강등된 채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상륙을 앞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남부 롱비치 시민들이 해안가에 쌓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2023.8.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강한 비바람이 예보되자 항공기 무더기 결항사태도 속출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250편이 운항을 중단했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364편의 비행도 취소됐다.

여기에 열대성 폭풍 상륙을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북서부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오후 2시41분쯤 벤투라 카운티 북부 오하이 인근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으며 아직 인명 및 재산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대 대부분 지역이 흔들렸으며 여진이 여러 차례 잇따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허리케인의 직격탄을 먼저 맞은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에선 주민 1900명이 대피했으며 비바람의 영향으로 전기와 전화선이 끊겼다. 인명피해도 발생해 바하 칼리포르니아 동부 뮬레게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1명이 개울을 건너려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를 관통한 허리케인 '힐러리'(Hilary)가 열대성 폭풍으로 강등된 채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상륙을 앞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미션베이 해변의 출입을 당국이 통제하고 있다. 2023.8.2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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