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 악용되는 사이버공격…민주주의 근간 흔들수도"

이영욱 기자(leeyw@mk.co.kr) 2023. 8. 21.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월 세지포 찾는 타미르 파르도 전 이스라엘 모사드 원장
첨단기술 대거 보유한 한국
해커들에게 가치 높은 표적
선거시스템 공격 사실 노출 땐
결과 조작 의심에 사회 분열돼
이스라엘 경험과 韓 기술 더해
'1+1=3'의 부가가치 창출 가능

◆ 세계지식포럼 ◆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원장

"첨단 기술을 대거 보유한 한국은 해커에게 '가치가 높은 표적(high value target)'입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한 첩보전을 이끌었던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원장은 오는 9월 세계지식포럼 참가를 앞두고 매일경제와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원장에서 퇴임한 뒤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계 주요 인사와 함께 사이버 보안 업체 'XM사이버(XM Cyber)'를 설립했다. XM사이버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파르도 전 원장은 9월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모사드의 디지털 첩보전 승리 비결'을 주제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과 중국 등의 사이버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르도 전 원장은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초 중국 해커집단이 우리말학회, 한국고고학회 등 12개 학회·연구소를 해킹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북한을 위시한 적대국가의 대남 사이버 공작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우리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의식이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사이버상 영향력 공작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파르도 전 원장도 특히 사이버 공격을 통한 여론 조작 가능성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제도에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움직임과 함께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하고 결국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지난 5월 북한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시도가 최근 2년간 7건 있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네트워크는 보안을 강화하면 공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예방하기 더 어려운 것은 '영향력 행사'입니다. 공격자가 선거 시스템에 직접 침투하지 않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여론이 반응하면 사회는 더 분열될 겁니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데 우리가 더 많은 역량을 쏟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데 대해 일각에선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파르도 전 원장은 이 부분에서 사생활이 침범될 위협은 없다고 말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대부분의 경우 기관의 사이버 보안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 (사이버 보안과 개인 사생활의) 균형을 잡는 부분은 항상 필요하다"며 "우리는 개인 사생활과 자유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대중을 확실히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공격이 벌어지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파르도 전 원장은 "공격자(해커)가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이해한다면 보안을 강화해야 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수많은 보안 취약점을 모두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보안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사이버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가 연합해야 할까. 파르도 전 원장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나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반드시 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국가가 사이버 공격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각국은 협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모사드 원장 퇴임 후 창업에 나서게 된 이유도 소개했다. 그는 "(모사드에 재직하면서) 사이버 공격으로 우리 사회가 받는 위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그 지식을 활용해 기업과 조직이 사이버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XM사이버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기 전 이를 미리 발견하고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후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르도 전 원장은 "이스라엘의 검증된 사이버 보안 경험에 한국의 뛰어난 기술을 더한다면 '1+1=3'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XM사이버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과 협업할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