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그토록 원하던 ‘F-16’···‘게임 체인저’는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요청해온 미국산 F-16 전투기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몇달째 교착 상태에 빠진 전황을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정부는 2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국 및 다른 파트너국들과 긴밀한 협력 하에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이전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우 역사적이며 강력하고,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결정”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미 정부가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올해 연말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19대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총 42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제공 규모와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러시아는 전투기 772대를 보유해 외견상 우크라이나(68대)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주력기로 사용 중인 F-16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로 거론됐다. F-16은 1970년대에 개발됐지만 우수한 공중전·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3000㎞ 이상의 긴 비행이 가능해 1980년대 개발된 러시아의 4.5세대 전투기인 수호이-35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F-16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B. 해커 미공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은 미국의 F-16 이전 승인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18일 국방·안보전문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F-16은 ‘은으로 만든 총알(마법 탄환)’이 아니다”라면서 “기존에 이미 제공된 공대지 무기들의 활용을 용이하게 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F-16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전력 강화에 도움은 되겠지만 게임 체인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 훈련을 승인한 지난 5월 프랭크 켄달 미 공군 대변인은 “내가 아는 한 F-16은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달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F-16은 마법의 무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이 F-16의 역할에 대해 소극적 평가를 내리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가 상당히 효율적인 방공망을 갖추고 있어 공군력의 격차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개전 초기 러시아는 애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방공망 때문에 전투기를 제대로 출격시키지 못했다.
F-16의 낮은 ‘가성비’도 문제다. 밀리 합참의장에 따르면 F-16 10대를 보유하자면 구매비용과 유지비용을 포함해 20억달러(약 2조6860억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미국이 그동안 F-16 지원을 꺼린 것은 러시아와의 확전 우려 이외에도 전투기 지원에 소요되는 금액을 차라리 포탄이나 전차·장갑차, 방공망에 사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F-16 투입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는 것은 가장 큰 한계다. 미국이 F-16 지원을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은 ‘조종사들의 훈련이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훈련이 시작됐으나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연내에 F-16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악천후와 토질 악화로 지상전을 수행하기 힘든 11월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두어달에 불과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옵션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수의 조종사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F-16 조종사 후보로 선발한 32명 중 8명만이 훈련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20여명은 영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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