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실을 모텔로 쓴다고? … 논란 불붙인 세종 ‘상가 숙박시설’
지역민 '위락시설부지 두고 왜?' 반발
일각에선 '상가-세종시 결탁' 의혹도
세종시가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상가에 소규모 숙박시설 설치를 추진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는 숙박시설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이런 식으로라도 숙박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해당 시설이 ‘러브 호텔’로 전락, 인근의 주거ㆍ교육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나성동 상업지구 내 상가에 소규모(30실 미만)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지구단위계획(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세종을 찾고 있지만, 숙박시설 공급이 부족해 인근 지역으로 숙박객을 뺏기고 있다”며 “다양한 주머니 사정의 출장자, 관광객들이 세종에서 묵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도시에는 모텔과 같은 저렴한 비용의 숙박시설은 전무하다. 숙박시설은 베스트웨스턴 플러스 세종(367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281실) 등 글로벌 호텔체인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호텔이 전부다. 세종시 관계자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250실 규모의 신라스테이가 문을 연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 2027년 세계대학경기대회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객실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숙박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나성동은 정부세종청사 남측에 자리 잡고 있다. 신도시 최대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가장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곳 중의 하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지역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성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반대 서명 운동이 펼쳐졌으며, 주민 대표들은 금주 내 서명지를 취합, 시청을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나릿재마을3단지 한 주민(42)은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추진하면서 주민 의견 수렴 한번 없이 밀어붙이는 세종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민들의 단체 행동에 적극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나성동 동쪽으로는 1만2,000여명이 거주하는 어진동과 나성동 주택단지가, 서쪽으로는 1만4,000명이 사는 다정동과 학원 밀집가인 새롬동이 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상가 숙박시설 허용 추진 배경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숙소 부족 문제라면 숙박시설을 자유롭게 지을 수 있는 위락시설부지를 활용하면 될 것을, 공실 상가에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상가주와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해당 상업지구와 인접한 한 아파트 단지 주민협의회장은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는 위락시설부지는 놔둔 채, 세종시가 주택가와 인접한, 다 지어진 상가에다 졸속으로 숙박시설을 끼워 넣기 하려는 게 문제”라며 “세종에 숙박시설을 늘리는 데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과거 비슷한 일이 있었던 보람동, 대평동의 경우 개발 업자가 시청에다 상가에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신청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세종시가 나서서 숙박업소 허가에 나섰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는 이번 사업 추진 배경에 ‘상가 공실 해소’ 목적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전국 평균의 3배에 육박하는 상가 공실률 문제 해소 목적이 큰 게 사실”이라며 “주택가 학교에서 거리가 있고, 보이지 않는 곳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숙박업 본연의 기능 외의 영업을 하는 업체에 대해선 강력한 단속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세종시가 나성동 상가지역에 숙박업소 영업을 허가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요구가 들어올 것”이라며 “그 경우 도시계획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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