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HMM’ 잔치, 먹을 것 없었다? 중견기업만 참전 가능성
기대 못 미치는 자금 동원력에 산은 고심
“연내 매각” 철회하고 속도조절 나설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HMM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21일 마감되는 가운데, 중견 그룹들이 대거 참전할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 매각 대금이 최소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HMM의 덩치를 고려하면 인수 후보군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대주주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매각을 늦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SM그룹, 하림그룹, LX그룹, 동원그룹 등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 중견기업으로 평가받는 곳들이다. 아울러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최대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도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시장에선 이들이 실제 입찰에 참여하고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고 있다. 그룹 내 자체 자금만으로 HMM을 인수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LX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하림(1조5000억원), SM(1조원), 동원(6000억원) 순이다.
이같은 이유로 예비입찰에 참가하는 그룹들은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전망이다. 하림그룹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왔던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물론 은행권과도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역시 은행권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군의 자금 동원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대주주인 산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FI 등과 함께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FI가 HMM 인수 후 투자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HMM을 인수한 기업은 HMM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배당 등의 방식으로 빌린 인수자금을 갚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HMM이 보유한 현금은 6월 말 기준 12조3100억원 수준이다. 인수 기업이 HMM 곳간에 손을 댈 경우 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회생시킨 HMM을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넘겼다는 비판이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점을 우려해 산은과 해진공 측이 본입찰 단계에서 별도의 주주 간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에 더해 산은과 해진공이 남은 1조6800억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영구채 매입을 위한 현금도 마련해야 한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 32.78%에 달한다.
입찰 기업,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산은의 선택은?
예비 입찰 마지막 날인 21일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 대기업 그룹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대로 중견기업들만 입찰에 참가할 경우 대주주의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과 해진공은 이날 예비입찰 접수를 마감 후 1차 인수적격자를 선정, 2개월 간 실사 등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입찰 참여 기업이 명확한 자금 동원 계획을 밝히지 못할 경우, 영구채 해결 방안을 두고 이견이 있을 경우 산은이 입찰을 강행하기보단 매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HMM 매각 공고를 살펴보면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으며, 잠재투자자는 본건 거래 절차에 대하여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회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연내 매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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