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깎는데 월세 오른다...‘이중고’ 현실로 다가온 연구기관들

이병철 기자 2023. 8. 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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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내년 예산이 사실상 대폭 삭감되는 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비를 중심으로 방만한 재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지만 기관 운영에 필요한 기본 예산도 일부 삭감될 것으로 보이면서 연구기관들의 경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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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에다 기관 운영 위한 경상비까지 삭감 예상
세종국책연구단지 임대료는 큰 폭 인상 예고
연구기관들 “임대료 내고 남은 예산으로는 기관 운영 어려워”
정부가 과학기술, 경제사회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예산과 함께 기관 운영비인 경상비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세종국책연구단지에 입주한 기관들이 내야 하는 임대료도 큰 폭으로 올라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관들이 나오고 있다./이병철 기자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내년 예산이 사실상 대폭 삭감되는 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비를 중심으로 방만한 재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지만 기관 운영에 필요한 기본 예산도 일부 삭감될 것으로 보이면서 연구기관들의 경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국책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연구기관들은 내년에 큰 폭의 임대료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운영에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세계적인 연구기관들과 교류하며 첨단 기술을 개발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정작 연구기관들은 정작 월세 내는 것조차 버거워지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세종국책연구단지에 입주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매달 1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연구기관의 경우 경상비의 70% 이상을 임대료가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내년에 임대료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세종국책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임대료와 관리비를 더해 매달 5000만원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예산 삭감과 임대료 인상의 이중고로 직원 복지는 물론 출장비를 없애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대폭 예산 삭감을 예고하면서 출연연들은 임대료 인상이 더욱 버겁게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나눠먹기를 일삼는 카르텔이 있다고 지적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R&D 예산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출연연에 20~30% 정도 삭감된 예산안을 통보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일부 삭감된 예산이 살아날 가능성은 있지만, 예산의 5분의 1 정도가 삭감되는 건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과학계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예산 삭감의 대부분은 연구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인건비 같은 고정 지출이 포함된 경상비도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임대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연구기관들의 이중고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예산 삭감이 시작된다. 지난 7월 올해 하반기 산하 연구 기관과 관리 기관의 운영비를 10~50% 삭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절약하라고 했던 규모에 추가분을 더해 실제 예산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관계자는 “매달 나가는 임대료와 관리비는 1억3000만원 가량으로 전체 경상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예산 삭감을 대비해 예산을 미리 빼놓아야 하지만, 조기집행 규정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경상비는 크게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하지만 동결만 시켜도 인건비나 임대료는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삭감이나 다름이 없다”며 “관리비라도 정부에서 나서서 동결해주면 좋을텐데 우리 힘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보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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