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구하라법’에 與 겨냥한 민주 “정부와 국민의힘 미온적… 입법에 적극 동참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가 왜 아직도 입법을 못하고 있는지 변명할 게 아니라 답을 해야 될 때”라며 여야 정쟁 속에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민들이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풀고 공정한 법을 만드는 것이 국회와 정치가 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존경하는 서영교 최고위원께서 아주 오래전에 이미 ‘구하라법’을 발의했고 법 통과를 위해 애쓰고 계시다”며 “민주당은 보상금 받을 자격이 있는 유가족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온전한 ‘구하라법’ 통과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은 면피용 관련법만 던져놓은 채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는 미온적”이라면서, “정부여당도 비현실적인 대안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성 있는 입법에 적극 동참하기를 언명한다”고 했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후 상속 재산 절반을 받아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녀 양육 의무를 게을리한 친생부모를 상속 결격 사유에 포함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제20대 국회에서 여러 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021년 서 최고위원이 발의한 같은 법과 지난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양육 의무를 게을리한 양육자의 상속 결격 사유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민법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 6월 서 최고위원의 주최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 나온 고(故) 김종안씨의 친누나 종선씨가 ‘54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사망 보험금을 가져가려 한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법안 통과 필요성이 강력히 부각됐다. 80대 친모 A씨는 2021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던 중 폭풍우에 생을 마감한 고인의 사망 보험금 등 3억원을 민법 상속 규정에 따라 자신이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험금 일부인 1억원을 종선씨에게 지급하라는 최근 부산고법의 화해권고결정마저 불복해 A씨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종선씨는 오는 31일 재판부의 정식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MBC ‘실화탐사대’에서 “꼭 사망보험금을 다 타 먹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식들을) 버리고 간 건 아니다.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며 이처럼 주장했다. ‘도리를 다하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라며 “자기는 나한테 뭘 해줬나? 약을 한 개 사줘 봤나, 밥을 한 끼 해줘 봤나. 나는 (사망보험금) 꼭 타 먹을 거다. 나도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 나를 죽으라 하지만 안 죽을 거다.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벌써 구하라법을 낸 지 3년이 넘었다”며, “여든여덟살 된 할머니가 자식들과 사위를 대동하고 나왔다고 한다”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하라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과 피상속인, 그의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같은 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과 피상속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등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등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를 상속인이 되지 못하게 규정한다.
형법상 존속살해, 상해치사, 사기죄, 강요죄, 사문서위변조죄 등에 해당해 객관적 사실행위나 고의성 등이 그 요건으로 해석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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