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체한 줄 알았는데... '이 증상'이 심근경색?
1970년대 영화 '여고시절'을 만들고 1980년대 군사정권의 검열에 맞서 영화법 개정을 추진한 강대선 감독이 지난 14일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혈전 등으로 혈관이 막혀 심장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병이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환자가 약 30%일 정도로 빠른 처치가 중요한 질환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엔 심근경색 위험이 더 높아진다. 몸의 열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혈압은 낮아지고 심장에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심장은 하루에 10만번 정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온 몸에 피를 공급한다. 심장 스스로는 3개의 심장 동맥(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가슴 부위에 묵직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협심증의 가슴통증은 육체·정신적 과부하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안정을 취하면 대개 짧으면 1~2분, 길면 15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진다. 그러나 심근경색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격렬한 가슴 통증이 15~20분 이상 지속된다. 심근경색이 계속되면 심장근육의 괴사가 일어나면서 심부전으로 인한 돌연사를 당하게 된다.
불안정성 협심증, 바로 응급실 가야
인체의 교감신경 계통의 흥분이 고조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 혈관은 수축이 되고 혈소판이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증가하면서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다. 또 쌓인 혈전 덩어리(일명 콜레스테롤 종기)가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와 동시에 혈압은 상승하며 맥박은 빨라진다. 정신적 스트레스 중에서도 강렬한 분노, 적개심 등은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이나 돌연사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협심증 환자들은 '가슴이 조이는 듯, 짓눌리는 듯, 터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뻐근하다, 쥐어짜는 것 같다, 답답하다'는 등 통증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주로 가운데 가슴이나 왼쪽 가슴에서 통증을 호소하지만 때로는 등쪽이나 오른쪽 가슴, 겨드랑이 쪽에 통증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협심증은 평소 쉴 때는 괜찮다가 운동할 때, 스트레스 받을 때, 힘든 일을 할 때, 피로가 누적됐을 때, 과음했을 때 가슴에 통증이 온다. 심장의 산소 요구량과 영양 공급의 확대가 필요한데 혈관이 좁아져 혈류량을 제대로 증가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으며 운동을 멈추거나 휴식을 취하면 대개 좋아지는 경우를 '안정성(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안정성 협심증 환자들은 일반 약물 치료를 하며 정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흉통이 5분 이상 길어지거나, 가벼운 활동이나 일상생활 중, 또는 쉬고 있을 때 통증이 갑자기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을 '불안정성 협심증'이라 한다. 이럴 땐 바로 응급실로 가서 적절한 조치와 정밀 검사, 입원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평소 심장의 통증을 해소하는 응급 약물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복통에 체한 증상? 심근경색 의심을
가슴 통증이 있을 때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작은 알약을 혀 밑에 넣거나, 스프레이를 입 속에 뿌리면 좁아진 심장 혈관이 일시적으로 늘어나고 심장의 부담이 줄어 가슴 통증이 2~3분 안에 가라앉게 된다. 약물을 사용해도 가슴 통증이 더욱 심해지거나, 자주 발생하고, 가만히 쉴 때에도 통증이 오는 불안정성 협심증 상태가 되면 관상동맥 조영술, 혹은 심장혈관 촬영술이 필요하다.
협심증 외에 가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식도 운동장애, 근골격계 질환 등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 심장 주변이 '따끔따끔'하거나, 가슴에 날카로운 흉통을 잠깐 느끼는데 이런 경우는 관상동맥질환과는 대개 거리가 멀다.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걱정해 심장 검사를 받아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배가 심하게 아프고 체한 증상으로 진료를 받다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진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장 혈관이 좁아져 있는데도 당뇨나 비만 환자, 통증에 둔감한 경우 흉통이 나타나지 않거나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흉통이 없더라도 속이 답답한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동시에 식은땀,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흡연, 당뇨,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치료 가능한 위험 인자는 협심증의 치료를 방해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므로 함께 치료해야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선 먼저 금연이 필수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은 심장 돌연사의 위험을 2~3배 증가시킨다. 또 비만을 피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다만 기존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던 사람이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시작하려면 우선 운동부하검사 등 심장 체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요세 기자 (yos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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