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고 자퇴한 '10살 영재' 학폭 논란…父 "가해자 용서할 것"

백군 측 "(가해) 학생에게 문제 제기 않을 것"
팀 발표 방식 두고 학교 측과 마찰이 자퇴 계기
교육청 "진행 상황 파악 상태…학폭 접수 가능"

사진=백강현 인스타그램

만 10세로 올해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최근 자퇴서를 제출한 백강현 군이 학교에서 '왕따' 피해를 당했다고 백군 측이 주장했다. 생후 41개월째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수학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드러내고 방정식을 풀면서 화제가 됐던 백군이다.

백군 아버지는 21일 오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현이가 올해 5월부터 (급우 형들로부터) '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는 말을 일주일에 2~3번씩 지속해서 들었다고 한다"며 "아이가 웃음을 잃고 우울해졌다"고 밝혔다.

또 조별 과제에서 백군과 같은 조가 된 동급생들이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등 말을 하면서 백군을 '투명 인간' 취급했다고도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백강현 X멍청한 XXXX,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X"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학교폭력위원회 소집과 경찰 사이버수사대 고발도 검토했으나, 선생님들 설득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여파로 3월 입학 당시 27㎏였던 백군 몸무게가 지금 2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백군 아버지는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어제 정식으로 사과를 받았고 용서해 주기로 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백강현 유튜브

백군 아버지는 자퇴 이유와 관련해 "고통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팀 과제에서 발표만 강현이가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한 명 때문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하면 애초에 열 살 아이를 왜 선발하셨냐. 머리 좋으면 이런 시련도 다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셨냐"며 학교 측의 대응을 지적했다.

백군이 유튜브를 통해 서울과고를 자퇴했다고 알린 하루 뒤인 20일 백군의 아버지가 같은 학교 '선배 맘'에게 근거 없는 비방과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등 학폭 폭로를 예고하면서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과학고는 지난 5월 백군의 보호자가 담임 교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백군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정서적 괴롭힘 등 학폭 정황을 알게 됐다. 백군의 담임 교사는 보호자에게 학폭 신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백군 측은 해당 학생에 대한 상담 활동으로 지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백군 측이 백군의 팀 과제 발표 방식을 바꿔 달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과 마찰을 빚은 것이 자퇴의 계기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백군은 18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학교장 면담 등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학적은 아직 유지 중이다.

서울과학고 측은 "학교 평가 건은 교사의 고유 권한이다. 어떻게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초기에) 수강 신청하는 학생에게 공표하게 된다"며 팀 과제 발표 방식을 바꿔주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백군 등 양측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입장문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라며 "추후 다른 상황이 생기게 되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백군 관련)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보호자가 지금이라도 학폭으로 접수한다면 진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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