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하며 정년” 블라인드 LH 작성자 검거 실패... ‘칼부림 예고’ 경찰 계정 잡힐까

이혜진 기자 2023. 8.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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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21일 올라온 칼부림 예고글. /블라인드

“꼬우면 이직하든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전국민을 조롱한 글을 올린 LH 직원 계정의 주인공은 1년간 경찰 수사에도 결국 찾지 못했다. 강남역 칼부림 예고로 국민을 위협한 경찰 계정은 잡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경찰 계정으로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에 수사를 지시하고 작성자 색출에 나섰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이날 ‘블라인드’ 게시판에 ‘경찰청’ 소속으로 명시된 작성자가 올린 칼부림 예고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이 커뮤니티에는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 내용에는 “다들 몸 사려라. 다 죽여버릴 것”이라고 적혔다. 이 글을 작성한 이의 직장은 ‘경찰청’으로 되어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이메일 주소 등으로 자신의 직장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서, 작성자가 현직 경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작성자가 현직 직원이 아닌 전직 직원이거나 계정이 도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캡처 형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됐고, 이 글을 본 이들은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에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익명 앱인 블라인드 특성상 작성자 색출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라인드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켜 경찰 수사까지 이어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번번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3월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당시 블라인드에는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작성자도 결국 잡히지 않았다.

2021년 LH 땅투기 의혹 관련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캡처

당시 LH 소속으로 추정된 작성자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등의 내용을 적었다.

LH는 이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LH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약 1년만인 2022년 3월 10일에 수사 종결처리 됐다”며 “경찰이 팀블라인드사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정보가 암호화 처리되는 관계로 추적 단서가 부족해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블라인드 미국 본사로부터 일부 자료를 받고, 국내 통신 관련 업체 2곳 등을 압수수색해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자료로 글 작성자를 특정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팀 블라인드 한국 내 소재지 파악에도 난항을 겪었다. 당시 경찰이 블라인드 앱 운영사인 ‘팀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등기부등본상 서울 강남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고 한다.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익명 앱의 특성상, IP주소를 포함해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시스템 내부에 저장하지 않는다.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과 중복 계정을 방지하는 데에 이용된 후 곧바로 암호화된다고 한다. 작성자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블라인드 게시글이라고 해서 모두 작성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별로 추가 단서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해당 게시글 외에도 작성자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자세한 사건 진행 상황은 수사 중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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