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장악한 내시경 시장 AI로 틈새 공략해 국산화
일본이 전 세계의 95%를 장악한 시장이 있다. 바로 '연성 소화기 내시경' 시장이다. 올림푸스가 시장의 70% 이상, 후지필름과 펜탁스가 각각 10% 안팎을 나눠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도래하자 의료 분야로 주 사업 영역을 바꾼 전통 필름 회사다. 독과점은 곧 높은 가격 부담과 애프터서비스(AS) 미흡으로 이어졌다. 올림푸스의 최신 내시경 제품은 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설립 4년 차를 맞은 한 국내 신생 기업이 최근 연성 내시경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대 기계공학·바이오엔지니어링 출신 이치원 대표(사진)가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메디인테크가 주인공이다. 메디인테크는 이달 초 수년간 자체 개발한 스마트 전동 내시경 광원장치와 내시경 스코프에 대해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번 성과를 두고 "내과 영역에서 검진과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인테크는 기존 연성 소화기 내시경 시스템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 제품은 기계식이어서 의사가 700~800g에 달하는 적지 않은 무게의 조작부(control body)를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직접 노브를 조절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반면 메디인테크는 이 조작부와 노브를 전동화했다. 그 덕분에 내시경이 휘어지는 각도와 깊이 정보를 추적하고 소화기를 3차원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의학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부위가 정해져 있는데 의사가 그 부위를 거치지 않으면 알람을 주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며 "비숙련 의사가 특정 부위를 놓치는 맹점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떨림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는 마취가 아닌 진정 상태인 환자가 뒤척이거나 심박이 커질 때 영상에 노이즈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의사가 해당 부위를 다시 찾아 병변이 있으면 촬영해야 했다. 이 대표는 "30~60프레임 단위로 시스템이 돌아가며 FHD 영상으로 깨끗하게 촬영하면 AI가 자동으로 화면을 보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디인테크는 내년까지 해당 AI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내시경 스코프를 환자 몸 안으로 밀어넣기만 하면 마치 전기차 자율주행처럼 기기가 알아서 부위를 자동 탐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메디인테크는 이 같은 스마트 내시경이 의사와 환자의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율 시스템이 도입되면 목 넘김이 쉬워 환자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며 "의사 피로도와 시술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메디인테크는 현재 서울대병원 등과 95억원 규모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관과 내년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해 신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해외 시장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병행하고 있으며 유럽 CE 인증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유럽과 미국, 동남아에선 판독 오진율이 최대 40%에 달한다"며 "기계식 내시경과 달리 자율 전동 내시경은 오랜 숙련이 필요하지 않아 기술의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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