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문제 …'시간제 매칭' 검토를 [기고]

2023. 8.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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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100명의 필리핀 가사근로자를 시범 도입한다는 소식에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겁다.

하지만 이러한 과감한 시범 사업조차도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저임금 적용 시 발생하는 월 200만원 수준의 비용이 그 이유다. 월평균 소득 761만원의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에게 가사도우미 비용 200만원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핵심 쟁점은 '비용'이다. 현재 월 250만~300만원으로 형성된 가사도우미 시장가를 낮추기 위해 외국인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면 사실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만약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살인적인 물가에서 출퇴근으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이 100만원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용자는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당하지만, 공급자인 가사도우미는 100만원의 소득으로는 현실적인 생활이 쉽지 않아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원과 200만원. 이 첨예한 대립은 정말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기술'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필자는 세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고, 결국 도우미에게 250만원의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어렵게 직장생활을 유지했다. 특히 답답했던 부분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간 시간에도 도우미에게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던 점이다.

요즘은 만 1세만 되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가기 때문에 종일 돌봄이 필요하지 않다. 오전 9시에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오후 4시에 하원하며 그 사이 빈 시간이 거의 7시간이나 된다. 그럼에도 등하원만 도와주는 도우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도우미 입장에서는 왕복 차비에, 붕 뜬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당연히 풀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필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인력풀이 확장되면 이 같은 문제도 해결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 본다. 바로 '매칭 기술'을 활용한 '시간제 매칭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통해서다.

즉 등원도우미 2시간과 하원도우미 3시간, 총 5시간을 제외한 중간 빈 시간에 해당 도우미는 데이터 기반으로 한 '매칭 플랫폼'을 활용해 홈 클리닝(집 안 청소) 등의 다른 업무를 하면 된다. 이미 1인 가구, 노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세와 맞물려 어디를 가든 홈클리닝 수요가 있는 데다 매칭 플랫폼들은 위치 기반으로 빈 시간에 딱 맞는 맞춤형 업무를 추천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인력난 해소·서비스 수요·매칭 기술 등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시간제 매칭 플랫폼으로 전환되면 긴급한 돌봄이 필요할 때도 실시간 매칭으로 도우미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매칭하기 때문에 기존 시장과의 충돌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현재 많은 홈클리닝 스타트업에서는 도우미가 월 5~20곳의 가정에 다양하게 방문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시스템으로 추천받아 합리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매칭 시스템뿐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인력관리 시스템 등도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겸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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