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바닥이 찐득찐득”···‘노(NO) 탕후루존’을 아시나요?

강은 기자 2023. 8. 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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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거리 간식 ‘탕후루’ 입소문
홍대 등 젊은이들 찾는 거리서 인기
바닥에 떨어진 설탕시럽 ‘처치 곤란’
주변 상인들 몸살 앓다 ‘출입금지’도
21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인근 한 점포 앞에 탕후루 나무꼬치 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강은 기자

21일 오후 2시30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대로변에서 두세 블록 떨어진 골목 삼거리에 접어들자 과일 꼬치에 설탕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개점한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듯 상점으로 몰려들었다. 탕후루를 받아 든 이들은 인근 옷가게 앞 그늘진 곳에서 과일을 입에 넣거나 꼬치를 든 손을 멀리 뻗어 사진을 찍었다.

약 3개월 전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는 A씨(35)는 “과일에 설탕을 더한 거라 맛있을 뿐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예뻐서 손님들이 좋아한다”면서 “많을 때는 하루에 1500개 이상 팔리기도 한다”고 했다.

약 10m 떨어진 곳에서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3) 반응은 조금 달랐다. “한 마디로…짜증나죠. 온 바닥이 찐득찐득해진다니까요.” 박씨가 가게 입구에 놓인 대리석 문턱을 걸어 보이면서 말했다. 박씨가 바닥에서 발을 뗄 때마다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졌다. 그는 “멀쩡히 장사하는 걸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손님들이 탕후루 꼬치를 들고 가게로 들어오려고 하면 못 들어오게 할 뿐”이라고 했다.

중국의 길거리 간식인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져 ‘탕후루 거리’까지 생기자 상인들 표정이 교차하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선 탕후루 가게 때문에 손님이 몰리지만거리는 나무꼬치와 종이컵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경향신문이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을 돌아보니 지하철역 반경 1km 이내에서 탕후루를 판매하는 카페·전문점은 10곳이 훌쩍 넘었다.

최근에는 ‘노(NO) 탕후루존’까지 등장했다. 이재경씨(20)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는 얼마 전 가게 출입문 부근에 ‘탕후루×’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이 붙었다. 탕후루를 든 손님들이 바닥에 설탕 시럽 등을 흘리는 탓에 청소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름이라 시럽이 바닥에 잘 떨어지는데 치우기 번거롭고 나무꼬치를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21일 서울 홍대 인근 한 점포에 ‘탕후루를 반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은 기자
‘탕후루를 반입하지 말라’는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홍대 인근에서 무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씨도 “우리 가게 우산꽂이에 나무꼬치를 끼워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탕후루 가게는 좁은 골목에 무인점포와 함께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무인점포는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서 점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탕후루 가게 사장들은 플라스틱 통을 상점 앞에 가져다 두는 등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A씨 가게 앞 50ℓ짜리 파란색 플라스틱 통에는 나무꼬치가 사람 키 높이만큼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A씨는 “바닥이 끈적끈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청소를 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나무꼬치는 매장에 두고 가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인 상인들도 많다. A씨보다 몇 년 일찍 탕후루 가게를 열었다는 왕모씨(62)는 “아무리 신경써서 치우더라도 손님들이 이동하면서 먹고 버리는 쓰레기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고 했다.

탕후루는 2010년대 후반 서울 명동과 홍대, 인천 차이나타운 등 중국인이 몰리는 지역의 포장마차에서 주로 팔던 음식이다. 지난해부터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탕후루 만드는 법’이 유행했다. 최근에는 탕후루만 판매하는 전문점들이 다수 들어섰다.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 가게에 간다는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날 인스타그램에서 ‘탕후루’를 검색해보니 12만개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한 탕후루 전문 프랜차이즈 전국 매장 수는 지난 2월 50여개에서 7월 300여개로 5개월 만에 6배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 전문점의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기준 1150만원이다.

21일 서울 홍대 인근 탕후루 가게가 몰려있는 거리 모퉁이. 버려진 ‘탕후루 꼬치’가 쓰레기 봉투 안에서 튀어나와 있다. 강은 기자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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