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번의 ‘검수원복’에도 여전한 독소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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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재미있는 실험을 계획했다.
보닛을 열어둔 채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와 유리창이 멀쩡한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기로 한 것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깨진 유리창은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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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재미있는 실험을 계획했다. 보닛을 열어둔 채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와 유리창이 멀쩡한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유리창이 멀쩡한 자동차는 아무런 이상 없이 처음 상태 그대로 있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배터리와 타이어 등 부속품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파손된 상태로 남았다.
그로부터 13년 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이 실험에 착안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주장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법칙이다. 이는 어떤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리 사회의 유리창이 하나 깨졌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것이다. 이의신청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수사 종결)에 불복하는 절차인데, 검수완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제한되면서 고발인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없이 사건을 포기해야 한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제한은 내부 고발을 축소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적 약자의 인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기업의 내부고발자, 조직적 범죄의 피해자, 어린이, 장애인, 성범죄 피해 여성 등과 관련된 사건들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신고에 나서기 어려워 제3자인 시민단체가 주로 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진 유리창은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고발인에게 이의신청 권한을 주려면 시행령이 아닌 모법(母法)인 형사소송법을 바꿔야 하는데, 형사소송법 개정은 국회의 역할이라서다. 다행히도 법무부가 깨진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둔 상황이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이 재수사 요청을 미이행하면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게 수사 준칙을 바꾼 것이다.
경찰의 판단이 언제나 정답일 수만은 없다. 검찰과 법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 형사사법 제도는 여러 번에 걸쳐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항고와 재항고를 통해 상급 검찰청의 판단을 받을 수 있고,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고발인 이의신청이 사라진 지금, 고발 사건은 사실상 경찰의 ‘단심제’로 수사가 끝나고 있다.
법무부의 수사 준칙 개정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검사의 재수사 요청은 1회로 제한되고,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한 후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은 종결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새 유리창으로 교체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의 실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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